한밤의 도서관 803

어서 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2014년 6월 12일, 12시 15분. “하이, 하오 선생님. 이렇게 또 만나니 기쁘네요.” “얼마나 기쁩니까?” “만신창이가 될 만큼 기쁘달까요.” “단어 선택 좋네요.” “선생님, 제가 시를 한 편 썼는데 들려드릴까요?” “밥 먹으러 가는 길입니다.” “괜찮아요. 시가 마음의 양식 아니겠습니까, 이 간호사님도 제 시를 듣더니 배고픔이 싹 사라졌다고 하던데요.” “시가 밥이 됐다는 겁니까?” “아뇨, 토를 하시더라고요.” “그럼 전 이만.”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좋지 않은 생태’가 아니라 병이다.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노르아드레날린)등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지면서 노의 화학 구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자에게 ‘좋게 생각하라’든가 ‘기분 풀어라’ 등의 말은 삼가야 한다...

한밤의 도서관 2020.07.28

독서모임 꾸리는 법

사실 이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뭐가 될진 모르지만(아니, 안 될지도 모르지만) 시작이나 해볼까?’ 하는 무모함으로 독서모임을 만들어도 괜찮습니다. 사람이 모인 자리에 책이 섞이면 그 속에서는 늘 새로운 이야기가 오가고 그러면서 만남이 자연스레 이어집니다. 한 번은 저희 모임에서 소설만 읽는다는 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문득 비문학 독서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인문 교양서 읽기 모임에 가입했다고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그는 비문학 책은 잘 읽히지도 않고 재미도 없어 읽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회원들과 함께 조금씩 읽지 않던 책을 탐독하기 시작했고, 이내 새로운 분야의 책 읽기에 익숙해졌습니다. 어느 날은 독서모임을 통해 간심의 폭이 넓어진 것이 가장 좋은 일이라고 감상을 나누었습니다...

한밤의 도서관 2020.07.23

최고들은 왜 심플하게 일하는가

단순히 생산적인 리더가 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따르게 하려면 생산성을 넘어 어려움을 극복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누구나 일을 하다 보면 중요한 고객을 잃거나 경영진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망치고 승진에서 누락되는 등 패배감을 맛볼 때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런 감정을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다. 울적한 기분이 든다면 자기 기분에 꼬리표를 붙인 뒤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자. 자기가 느끼는 기분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부정적인 감정을 최소화할 수 있다. 나쁜 기분에서 벗어나는 또 다른 방법은 길게 심호흡을 하는 것이다. 느리고 율동적인 호흡은 즉각적인 진정 효과를 발휘해서 일상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부터 보다 빨리 회복할 수 있게 해준다. 부정적인 ..

한밤의 도서관 2020.07.21

뭇 산들의 꼭대기

사형수에 대한 인도주의적 사형 집행 방식에 대해 안핑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종국에는 현실이 되고, 또 신신라이가 강간과 살인 사건을 저지르자 안핑은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다시 말해 신신라이가 잡히고 최종적으로 사형 판결을 받게 되면 막 반포된 법령에 따라 신신라이는 집행 차량으로 호송된 후 평안히 누운 채 주입된 주사액을 통해 아무런 손상 없이 죽게 된다. 그래서 고통 따위는 느끼지 못하고 만다! 그렇지만 안핑은 엄숙한 사형장에서 직접 신신라이를 쏴 죽이는 장면을 얼마나 상상했는지 모른다. 안핑은 극악무도한 사람에게 사형장은 없어서는 안 될 곳으로, 공포를 제거한 사형 집행은 인도적으로는 승리했을지 모르지만 죄악 징벌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범죄 행위를 ..

한밤의 도서관 2020.07.20

퇴근길에 읽는 이직 비법서


흔히 회사의 브랜드 가치나 직급을 본인의 사회적 가치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 동창회 모임에서 여러 직종의 사람들을 만날 때 다니는 회사에 대한 선입견이 곧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 무슨 일을 하는지 네이밍과 얼마나 높은 직급인지에 관심이 더 높다. 회사가 아무리 잘 나간다고 해서 본인 또한 영영 함께 잘 나가는 것은 아니다. 한배를 탄 것은 맞으니 배의 주인인 것처럼 일하는 것은 추천하겠다. 그러나 결국 언젠가는 내려야 할 배인 것 또한 분명하다. 배에서 내리는 순간 이제 배가 가는 길과 다른 길이 펼쳐질 것이고 배에 탔던 사람 정도로 기억될 것을 잊지 말자. 껍데기는 당신이 아닌 당신이 입은 옷일 뿐이다. 합격은 최종 Goal이 아니다. 합격이 최종 목표인 자 보다 합격을 과정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한밤의 도서관 2020.07.17

도서관의 말들

마스다 미리 처럼 도서관에 가기 위해 여행지를 고른 적은 없지만 여행지에서 도서관을 만나면 일단 들어가고 본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방전된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충전할 수 있으며 화장실까지 해결된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마실 물이 있고 앉아서 쉴 만한 의자가 있다. 서가에 어떤 책이 꽂혀 있는지 살펴보는 건 맨 나중 일. 책을 둘러보기 시작하면 도서관에 발이 묶이기 십상이니 아쉬워도 간단하게 일별한다. 도서관에는 분명히 좋은 책이 많이 있다. 하지만 모든 좋은 책이 내게 영감을 주진 않는다. 다른 사람의 경험이 순식간에 내 경험이 될 수 없고, 아무리 훌륭한 작가의 인생 좌우명이라 해도 단숨에 본받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다. 누가 봐도 흠 없고 진실한 문장이어도 나와 그 문장 사..

한밤의 도서관 2020.07.04

마리카의 장갑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어릴 때 오빠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마리카가 다섯 살 때쯤입니다. 오빠들과 함께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 가문비나무를 베러 숲으로 가는 도중에 큰오빠가 마리카에게 물었습니다. “이 호두를 우리 넷이 사이좋게 나눠 먹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니?” 마리카의 발밑에는 호두가 한 알 떨어져 있었습니다. 마리카는 곧바로 큰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땅에 심을 거야!” 오빠 둘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하지만 마리카는 자신만만했습니다. “호두나무가 자라서 호두가 열리면 다같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잖아.” 호두 한 알을 네 명이 나눠 먹는 대신 땅에 심어서 나중에 호두가 열리면 함께 배부르게 먹자는 이야기 입니다. 처음에는 어이없어하던 오빠들도 좋은 생각이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

한밤의 도서관 2020.07.03

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인

여전히 독서 모임은 매번 정원을 채우기가 힘들다. 점점 나아지겠지 하며 진행하고 있다. 그러니까 결국 지인들을 끌어들이는 다단계 판매 방식과 흡사하다. 책 또한 지인들이 얼마나 많이 사갔던가. 그래서 3개월 동안 월세 안 밀리고 출판사와 독립출판 제작자에게 정산을 다 해줄 수 있었다. 하지만 딱 그 정도다. 남은 돈은 아이들에게 용돈을 쥐어줄 정도의 금액뿐이다. 다음 날 출근하면 책방은 텅 비어 보인다. 사방이 책이지만 책은 보이지 않고 빈 공간만 눈에 들어온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골목에는 점점 인적이 뜸해진다. 특히 요즘처럼 폭염이 이어지는 날은 더욱더 그렇다. 책방을 두드리면 텅텅 소리를 낼 것 같다. 책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읽어주는 이들이 있어야 비로소 책은 책으로서 빛난다. 모임으로 인한 피..

한밤의 도서관 2020.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