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803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세계 곳곳에서 삶이 영원히 이어졌지만, 사람들은 전보다 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함께 나이 들지 않았다. 함께 성숙하지도 않았다. 아내와 남편은 결혼식 때 한 선서를 지키지 않았고, 이제 그들을 갈라놓는 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권태였다. - 호(弧) 소에보는 초고층 빌딩은 풍경의 일부로 여기면서도 에스컬레이터를 보고는 겁에 질렸다. 자동차와 고속도로와 자기보다 훨씬 크고 피부색도 다양한 인파가 잰걸음으로 걸어가는 광경은 어찌어찌 받아들였지만, 아이스크림이 준 충격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 유당 분해 효소가 없어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배앓이를 하면서도 더블 콘이 주는 쾌락을 누리려고 복통을 이겨냈던 것이다. 개는 줄에 묶인 반려견만 봐도 멀찍이 피했지만, 공원에 사는 오리와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

한밤의 도서관 2020.09.19

수집자들

Q. @niboshism님이 별도의 개인 사이트 등을 통해 판매 중인 스티커 속 멸치는 어떤 기준으로 선별된 멸치인가요? A. 가장 멸치답다고 생각하는 멸치를 골라 스티커로 만들었습니다. Q. 사진 속 멸치 들의 행방 또는 근황을 알려주세요. A. 제 아내가 요리를 잘해서 미소시루(된장국)를 만들 때 사용했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더보기 수집자들 - 인스타그램에서 모은 수집자들(2019) UE 12@ HOME [BOOKS] 구매한 책. 해외 수집자들은 아는 계정이 몇 개 있었고, 국내 수집자는 새롭네 ㅎㅎㅎ + @yuji_uz_hagoromo 맨홀을 전부 물로 씻은 후 촬영! 와, 난 지역에서 맨홀 관리를 엄청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지 왜 ㅋㅋㅋㅋ 씻어서 촬영하는 거였어!!!!!!!! 컬러가 없는 맨홀은 ..

한밤의 도서관 2020.09.18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타이베이

당시에는 제가 서점을 열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런 해외의 재미있는 물건이나 공간을 대만에 들여오기 위한 목적만으로 폰딩을 만든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콘셉트 스토어라는 매장 자체보다도 이런 작은 공간을 통해 표현되는 힘이나 사고방식이 서점을 열 때 자양분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은 ‘이 넓은 세상에 한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서점이나 갤러리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어떤 가치나 스토리를 부여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해요. 예전에 ‘한 도시의 독창성은 독립서점의 수로 알 수 있다’라는 말을 듣고 정말 그렇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동네에 다양한 서점이 있으면 식사를 하거나 쇼핑을 할 가게 외..

한밤의 도서관 2020.09.16

언리미티드 에디션 12 & 구입한 BOOKS

UE 12 @HOME BOOKS 2020. 09. 01 ~ 2020. 09. 03 @HOME 작년보다 이른 시기에 페어를 한다고 해서 ‘날짜 잊지 말고 있어야지!’ 했는데 취소가 되었다. (COVID-19 ㅜㅜㅜ) 책을 구입하기 전, 웹사이트(unlimited-edition.org/)에서 카탈로그를 신청할 수 있어 얼른 회원가입. 사이트에서 책을 미리 볼 수 있어 다 둘러 보았는데, ‘왜 이렇게 규모가 작아졌지? 사고 싶은 책이 별로 없어!!’ BOOKS만 오픈된 것이었다ㅋㅋㅋㅋ 소소하게 담아본 나의 위시리스트. 텀블벅에서 미리 후원해 준 책들은 제외. (미리 계산 해봤는데 가격 안 착함.) 카탈로그 도착! 그래픽은 언제나 잘 뽑는 UE지만 웹사이트 사용성 별로. 너~~~~무 별로 (Z세대들이 그렇게나 ..

한밤의 도서관 2020.09.15

사형에 이르는 병

성인이 되면 정부는 일률적으로 지능지수를 정밀조사해서 평균 미만인 녀석들을 가스실에 보내야 한다. 안 그래도 국력이 약해지는 요즘이야말로 우생보호법이 필요하다. 한계가 있는 자원을 저런 멍청한 놈들에게 써줄 이유는 없다. 저런 놈들에게 귀중한 산소가 소모되는 것조차 짜증 난다. 남편과는 상사의 소개로 만나 거의 맞선 같은 결혼이었던 것. 호적에 올리자마자 바로 시부모와 함께 살게 된 것. 시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려져서 간호를 위해 일을 그만둬야만 했던 것. 시어머니는 간호를 전혀 거들지 않고 놀러 다니기만 했던 것. 일을 그만두자 수입이 없어져서 가정에서 발언권까지 사라져버린 것. 간호가 힘들어서 체중이 8킬로그램이나 줄어든 자신에게, 남편은 격려의 말 한마디도 해주지 않았던 것. 시아버지가 건강했던 시절..

한밤의 도서관 2020.09.11

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부모님이 동물학자라면 이 정도 사건에 호들갑을 떨지 않게 된다. 한번은 부모님이 시장에서 구입한 커다란 상어의 배를 갈랐더니, 그 안에 사람 손이 들어 있었다! 아마도 앨커트래즈처럼 탈출이 어렵기로 유명한, 바다 한가운데의 감옥 섬에서 희생된 죄수의 손이 아닌가 싶었다. 누군가 탈출을 시도하다가 거센 파도에 휩쓸려 속수무책으로 넓은 바다로 끌려갔을 것이다. 그 감옥에서 탈옥한 후 본토에 도착하는 데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들 하니까. 하지만 그 상어는 사람을 잡아먹는 종류가 아니었으니 손은 사람이 죽은 후에 우연히 상어 입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컸다. 나중에 이 상어는 속이 제거된 후 박물관에 전시되었다. 킬에서 작가로 일하고 있던 코둘라 고모를 다시 만났다. 고모는 내가 모든 동물을 학명으로만 알고..

한밤의 도서관 2020.09.08

언젠가는, 서점

저자본으로 창업 공간을 구하는 ‘시작조차 하기 힘든 상황’에서 나는 권리금이라는 이상하고 나쁜 관행 때문에 세상의 많은 꿈과 가능성이 박탈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삶의 어느 순간보다 많이 분노하고 배신감을 느꼈다. 늦은 밤까지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날들이 이어졌다. 사실상 나에게는 책방을 통해, 또 책을 판매하는 것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저 책을 계속 만드는 일을, 책을 좋아하고 읽는 사람들 곁에서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책방이 지역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한다든지, 지역의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을 하게 만드는 문화의 장이 된다든지 하는 거창한 목표는 전혀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야 지역 사회, 책방이 위치한 거리, 그리고 책방을 찾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

한밤의 도서관 2020.08.28

채식하면 뭐 먹어?

‘비덩주의’라는 합성어가 있는데 육수요리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나온 채식의 대안으로, 눈에 보이는 덩어리 고기를 먹지 않는 걸 말하는데요. 더보기 채식하면 뭐 먹어? 정말 쉬운 비건 레시피 그림북 텀블벅에서 펀딩한 책. 책 받자마자 ‘독립출판이로구나!’ 느껴짐. 왜냐고? ㅋㅋ 표지에 지은이 이름도 없지요. 인쇄가... 약간 색이 나갔어 ㅋㅋㅋㅋㅋ (부제목인 노란 글씨가 안 보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지만 같이 동봉된 엽서에 채개장 레시피 보고 감탄함. 육개장 진짜 좋아하는데, 채개장도 맛있을 것 같다 + 프롤로그에 2019년에 도서관에서『아무튼 비건』을 빌려보시고 비건 지향으로 바꾸었다는 말을 하셨는데 너무 멋있다

한밤의 도서관 2020.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