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817

밀가루는 못 먹지만, 빵집을 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나오는 열정, 추진력과 성실함 덕분에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성장을 했다. 이제는 돈을 쫓지 않아도 돈이 따라올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한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건 비현실적일 때가 많다. 남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되는 일 중 하나이다. 하지만 아무리 현실이 막막하고 주변에서 말려도 해내야 한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시작한 후 더 잘하려면 더 많은 힘든 여정을 겪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아직 찾지 못했다면 좋아하는 일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 너무 쉽게 포기한 건 아닌지 생각해 보면 좋다. 어른이 되면 당연히 부모님을 호강시켜드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호강은커녕 이러다 부모님 집에 들어가서 나이만 먹고 구박받으..

한밤의 도서관 2020.10.29

사람의 아이들

나는 지금도 옥스퍼드의 봄날이 품은 눈부신 빛에서, 매년 더욱 사랑스럽게 피어나는 밸브로턴 거리의 만개한 꽃들에서, 돌담 위를 어른거리는 햇살에서, 바람결에 무성한 잎을 뒤채는 마로니에 나무에서, 꽃을 피운 콩밭의 향기에서, 첫 꽃망울을 틔운 설강화의 자태에서,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아담하게 피어난 튤립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이는 감각적이라기보다 지적인 즐거움이다. 인간의 눈길이 지켜보지 않아도 수백 년 동안 봄은 올 것이고 꽃은 필 것이다. 담장은 무너질 것이고 나무는 죽어 썩어갈 것이며 뜰에는 잡초가 우거질 것이다. 이 모든 아름다움은 그 모습을 기록하고 즐기고 축하할 인간의 지성보다 더 오래 살 것이므로, 내가 지금 느끼는 즐거움은 애틋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흔히들 매력을 무시하는데, 나로선 ..

한밤의 도서관 2020.10.26

무코다 이발소

가게에 다른 손님은 없다. 대부분의 음식점이 주 사흘 영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문 닫을 시간까지 있으면 가게 주인이 차로 집까지 데려다준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도 술을 마시러 오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에 큰 병원에 없다는 게 노인들에게는 간단한 일이 아니군.” 다케시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쉰다. “할 수 없잖아. 날로 쇠락해가는 동네인데. 슈퍼와 편의점이 있는 것만도 고마운 일이지.” 간병인이 있어도 무방하다는 병원이라는데, 그다지 좋은 곳은 아닌 듯하다. 그래서 더욱 속이 상한 듯하다. 그 점에 대해서는 민생위원으로 있는 교코가 자세하게 알려 주었다. “조성금 목적으로 그런 사업을 하는 곳도 많거든요. 정말 심한 병원도 있어요. 쓰레기 냄새가 나는 데도 있고, 냉난방비를 아끼느라 겨울..

한밤의 도서관 2020.10.08

식물학자의 식탁

처음 은행을 먹은 것도 한참 시간이 지나서다. 그것도 한 일식집에서였는데 친구가 구운 은행을 주문했었다. 피스타치오처럼 딱딱한 흰 껍질을 깨물어 알맹이 부분의 얇디얇은 ‘땅콩껍질’을 문질러 깨끗하게 벗겨내면 라임빛 은행을 즐길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맛이 은행의 훌륭한 명성에는 못 미친다고 생각한다. 바삭하지도 않고 맛이 시원하거나 좋지도 않았다. 쫀득함과 딱딱함의 중간 정도 식감으로 마치 하루 정도 지난 찹쌀 경단 같았다. 물론 맛은 경단처럼 단순하지 않고 살짝 쓴 맛이 느껴졌다. 식탁에서 은행의 유일한 역할은 생선회의 비릿함과 느끼함의 균형을 맞추는 것뿐이었다. 은행만 단독으로 먹는다면 절대 좋은 요리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 ‘작은 열매’를 기꺼이 맛보려고 한다...

한밤의 도서관 2020.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