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

uragawa 2020. 8. 18. 22:30

한 가지 깨달은 점은 무엇이든 이사 전에 미리 사두면 후회한다는 것이었다. 이사를 할 때까지 시간이 많으면 그만큼 생각도 많아진다. 필요할 것 같은 물건들이 새 집의 구조와 맞지 않거나 필요 없어지는 일이 생긴다.



내게 있어 진정한 ‘내 집’이란 극단적으로 말해서 ‘고독사’가 가능한 집이다. 전기도 끊기고 수도가 끊기더라도 나만 아무렇지 않으면 살 수 있는 집. 그 공간에 웅크리고 살다가 누구도 모르게 죽을 수 있는 집. 누군가가 찾아와 관리비를 내라고 독촉하지도 않고, 반상회에 나오라고 안내문을 전하지도 않는 집.



길에는 수많은 전단지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것 중 하나가 ‘신축 빌라’ 분양을 알리는 전단지다. 그것들이 보여주는 빌라들은 하나같이 모두 놀랍다. 역세권에 위치해 있으며 ‘왕 테라스’를 가진 데다, 쓰리룸에 화장실도 두 개인데 집값은 2억 원이 채 안된다. 물론 대부분 거짓말이다.



계약금을 주고받았다고 해서 계약 파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집을 팔기로 한 사람이 계약을 파기할 경우에는 받은 계약금의 두 배를 돌려줘야 하고, 사기로 한 사람이 파기하는 경우라면 지불한 계약금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
부동산 매매 계약 시 지불해야 하는 계약금은 통상 집 매맥의 10퍼센트 정도다. 금액은 충분히 조율 가능하다.



어차피 당신은 은행에 여러 번 가야 한다.
대출에는 정말 많은 서류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재직증명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하고, 이 사할 집이 정해지면 부동산 계약서 사본, 등기부등본 사본 등을 정리해 다시 은행에 방문하게 된다. 더 필요한 서류가 있다면 은행에서 따로 연락을 줄 것이다.
대출을 위해 적어도 세 번은 은행을 찾아가게 된다. 맨 처음에는 대출 상품을 상담받기 위해 방문한다. 다음에는 상담받은 내용을 토대로 나의 소득이나 재산을 증명해 줄 수 있는 서류들을 지참해 다시 방문하게 된다. 이때는 대출 가능한 상태인지(신용 등급 확인), 대출 가능한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볼 수 있다.(실제 대출 가능 금액과는 차이가 있다.
그다음부터는 필요한 서류들을 은행에 전달하며 본격적으로 대출 심사를 진행한다. 생각보다 여러 번 은행에 찾아가야 하는 만큼, 직장인이라면 직장 근처 은행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내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아프다는 이야기만 해. 누구는 무릎이 아프다, 누구는 당뇨 때문에 고생이다……. 같이 산에 갈 수 있는 친구도 이제 몇 명 없어.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70대의 삶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알 것 같았다. 건강을 유지할 것, 나이가 어린 사람들을 존중하며 그들과 친구가 될 것, 외부 활동을 꾸준히 해 나갈 것.



나이 마흔이 되도록 집을 나오지 않은 것도, 어머니에게 안정된 보금자리를 만들어 드리지 못했던 것도 사실은 ‘보류’의 문제였다. 부동산의 세계는 돈이 돈을 버는 구조다. 그걸 잘 알면서도 일찍부터 준비하지 못했던 것은 집을 살 돈이 없지만 대출에 엮이는 게 무섭고 싫었으며, 독립을 원했지만 기회가 될 때 나가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고, 2년마다 이사 다니는 게 귀찮아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단념했기 때문이다. 그냥 나중에 알아보지 뭐, 나중에 하면 되지 뭐, 그렇게 미루기만 하다가 결국 시간만 흘렀다.
더 좋은 집을 꿈꾸는 것, 더 나은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 것 모두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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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
- 2년마다 이사하지 않을 자유를 얻기 위하여 




나 역시
대출에 엮이는 게 싫어
부동산 관련된 건 쳐다도 안 보고 살았는데,
 
당장 죽는 것이 아니기에(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 살아가야 할 집을 구하려면 조금이라도
알아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가지고......
제목에 혹 하여 사서 읽어 봄. (살짝 위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