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소설 작가는 유쾌하지 못한 재주 탓에 작품마다 적어도 한 명은 욕을 얻어먹어도 싼 인물을 창조할 의무가 있으며, 이따금 착한 사람의 공간을 침범한 피비린내 나는 범죄행각을 불가피하게 그려야 할 때도 있다.
리밍이 코델리아의 기차표를 샀고 수하물 보관소에서 휴대용 타자기와 서류가방을 찾아오더니 일등석 열차를 향해 앞장서 걸었다.
“나는 기차에서 할 일이 있어요. 혹시 읽을거리라도 있나요?”
“괜찮아요. 저도 여행 중에 얘기 나누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토머스 하디의 《트럼펫 주자》도 갖고 있고요. 가방에 늘 페이퍼백 한 권은 넣고 다니거든요.”
인간이란 얼마나 변덕스러우면서도 흥미로운 존재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왜 젊음을 질투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거든요. 젊음은 특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똑같이 나눠 가졌던 거니까요. 남들보다 더 수월한 시대에, 혹은 더 부유하거나 특권이 있는 곳에 태어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젊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게다가 때론 젊다는 게 끔찍한 일이기도 하죠. 젊음이 얼마나 끔찍할 수 있는지 기억하고 계시지 않나요?”
“암, 기억하지. 하지만 다른 것들도 기억해요.”
코델리아는 침묵 속에 앉아 생각했다. 대화는 기묘했지만 어쨌든 피할 수 없었고, 웬일인지 화가 나지도 않았다.
사람은 오직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만을 체험할 수 있고, 그마저도 죽고 나면 그 경험을 활용할 수 없으니 아무런 의미도 없어지죠. 죽음 뒤에도 존재가 있다면 우리는 곧 알게 될 거예요. 하지만 죽음 뒤 존재라는 게 없다면 속았다고 불평할 존재조차 없을 겁니다.
“삼촌은 숙모가 담당 치과의사와 잤는지 알아보려고 사립탐정을 고용했었죠. 정말로 자긴 했지만 그런 건 그냥 물어보기만 했어도 쉽게 알아낼 수 있었을 겁니다. 괜히 사립탐정을 고용하는 바람에 삼촌은 부인과 치과의사 모두의 마음을 잃었고 공짜로 얻을 수 있었던 정보를 알아내겠다고 터무니없이 바가지를 썼죠. 한때 친척들 사이에 꽤 시끌시끌했어요. 그때 저는 생각했죠. 이 직업은….”
코델리아가 문장을 마무리했다.
“여자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요?”
“전혀 아니에요. 완전히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제 생각에 이 직업은 무한한 호기심과 무한한 고통과 다른 사람 일에 끼어들기 좋아하는 성격이 필요하니까요.”
그는 알리바이가 필요하지 않아요. 범죄에 대한 의심을 받지도 않는데 알리바이 생각을 왜 하겠어요? 그런 건 죄를 지은 범인이나 생각하는 법이라고요.
코델리아는 아름다운 여자는 모두 강하다고,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이사벨의 신경은 코델리아와 비교하면 오히려 회복력이 뛰어나다고 혼자서 생각했다. 그러나 휴고의 환상에 맞서봐야 득이 될 게 전혀 없었다. ‘아름다움은 깨지기 쉽고 덧없으며 상처에 취약하다. 그러므로 이사벨의 예민함은 보호받아야 한다. 강인한 사람들은 스스로 돌보면 된다.’라는 믿음. 코델리아가 말했다.
유언장은 유언자의 성과 서머싯 하우스에 자료가 등재된 연도에 따라 색인처리가 되어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목록의 번호를 추적해 해당 책을 안내데스크까지 가져오는 건 코델리아의 몫이었다. 그러면 원본 유언장을 가져다주고, 20펜스의 요금을 내면 열람할 수 있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가씨?”
“없어요. 잠시 쉬려고 세웠을 뿐이에요.”
“혼자서 무슨 재미로 쉬어? 아가씨처럼 예쁜 사람이 말이야.”
남자의 손이 차 문 손잡이에 닿았다. 코델리아는 어깨가방을 뒤져 권총을 꺼냈다. 그러고는 권총을 남자의 얼굴에 들이댔다.
“장전한 총이야. 당장 꺼져. 아니면 쏴버릴 거야.”
“당신이 상상할 수 있다면, 나는 행동할 수 있어요. 당신은 아직 인간에 대해 발견하지 못한 게 많아, 그렇죠? 당신이 사악함이라고 부를 법한 그것이 바로 인간의 핵심이에요.”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존재한들 그 사람이 사랑하게끔 자극하거나 강제할 힘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요. 사랑이 없는 곳에 사랑의 의무라는 것도 있을 수가 없지
‘불필요한 거짓말은 절대 하지 마. 진실은 위대한 권위를 지니니까. 아무리 영리한 범죄자라도 결정적인 거짓말 한 번 때문에 붙잡히는 게 아니라 진실을 말해도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 사소한 세부사항에 대해 계속해서 거짓말을 늘어놓다가 꼬리가 잡히는 법이거든.’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
An Unsuitable Job for a Woman(1972)
리디북스에서 90일 대여한 책.
[트위터책빙고 2020]
20. 내가 태어나기 전에 쓰여진 책
와- 초반에 글이 눈에 하나도 안 들어와 많이 힘들었네.
번역의 문제인 건지, 문체가 원래 그런 건지...
그래서 여러 번 끊어 읽었는데,
전개가 급작스럽게 전환될 때 등장하는 중요 인물들의
이름을 보면 놀라야 되는데 모르는 사람이 나와서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이야기인지 흐름을 못 따라가는 나를 발견했닼ㅋㅋㅋ
+
나는 용감하고 영리한 젊은 여주인공이 삶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다들 해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일에서 기필코 성공을 거두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작가님 존멋
++
23살의 여자 탐정.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사람들이 계속 말함 ㅋㅋ
(그만!!!!!!)
의뢰받은 사건을 해결하는 중간에
장소를 이동하기 전, 지도를 확인하러 도서관 가는 동선 재미있었고,
코넬리아가 우물에 빠질 때부터
뒤 쪽은 순식간에 긴장감 최고로 올라가면서
엔딩까지 깔끔했다고.
너무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