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나는 절대로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uragawa 2020. 8. 22. 22:30

“출근하기 전에 퇴근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내가 출근한 미래에서 퇴근하고 싶다는 감정이 과거로 거슬러 온 것 아닐까?”
- 초광속 통신의 발명 中



나를 포함한 넷은 너무나 전형적이라서 오히려 비현실적인 내향적 사람들이었다. 어릴 때부터 집구석에 틀어박혀 책을 읽거나 수학 문제 푸는 것을 선호하고, 그러다 보니까 근처 사람들한테 “얘는 하는 짓 보니 영재의 싹이 있다.”는 큰 오해를 받게 되고, 그 오해를 딱히 수정할 생각도 없어서 시키는 공부를 했는데 정말 머리가 좋지는 않아서 의대나 치대 진학은 실패하고, 약대나 갈까 생각하면서 화학공학이나 생물학 따위를 전공했는데 그게 생각보다 꽤 적성에 맞아서 어영부영 눌러앉았다가 결국 연구소에 계약직으로 흘러들어온 사람들이면서, 여전히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는 뜻이다.



자기가 쓴 책을 선물해준다는 것은 무언의 강요가 된다.
- SF 클럽의 우리 부회장님 中



회사에서는 그가 청소기를 돌릴 필요도 없었고, 화장실을 쓰고 난 다음에 뭐라도 닦고 나오지 않아도 됐다. 구내식당의 메뉴도 매일매일 바뀌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만이 그가 유일하게 외롭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이었다. 다른 직원들은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든 강 부장을 대놓고 욕하지는 못했다. 회사 건물은 항상 쾌적했다. 강태영은 주말이 싫어졌다.

- 저 길고양이들과 함께 中



어차피 모든 사람이 뭣도 모르고 인생사 태반이 주먹구구로 돌아가니 재지 말고 그냥 서류를 내보는 게 항상 이득이라는걸.
- 컴퓨터공학과 교육학의 통섭에 대하여 中



“이거 길 가다 귀에서 빠지면 바로 잃어버리는 거 아니에요?”
“아유, 아닙니다. 어르신, 이 제품은 기본적으로 절대 잃어버릴 수가 없게 설계되셔 있고요. 인체공학적 디자인이라 꼭지 부분을 붙잡고 힘을 가하지 않는 이상 절대 귀에서 뽑히시지 않고요. 또 EAR ID 피처로 주인의 귀가 아니면 작동하시지 않고요. 저희 아이튠즈 계정에 에어팟 실버를 등록하시면 분실 시 위치 추적 기능 사용기 가능하시고요. 그래도 찾을 수 없게 된 경우에는….”
-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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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대로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리디북스에서 1,900원 대여한 책.
온라인 서점 보관함에 넣어뒀던 책이었는데,
친구가 리디북스에서 프로모션 하는 걸 알려줘 얼른 대여했지.


올해 들어 읽은 책 중에 제일 화가 나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이 궁금했던 사람은
궁금해하지도 말고 도망치세요 지금.



[초광속 통신의 발명]
딱 펼치고 7페이지 됐는데, 읽기 싫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 펼치자마자 독서 중단시키는 매직 무엇?
대여한 첫날 펼치고 그 후로 한참 동안 이 책을 안 펼침
(유명하지 않은 작가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첫 단편에서 이지경이면 뒤는 안 봐도 됨. 진짜다)



그러나 나는 선택한 책은 웬만하면 읽는 사람이라서
계속 읽는다.



[SF 클럽의 우리 부회장님]

나 같은 경우에는 심너울이란 작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작가는 2년 전에 작품 몇 개를 발표하고 나름대로 상도 받아서 뭔가 되나 싶더니, 그 후 내는 작품마다 혹평을 면치 못하고 이제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었다. 이상하게도(그리고 슬프게도) 그 작가 글이 내 취향에 완벽히 맞았다.

미친놈 아냐 이거
자기애가 너무 절정인데,



[저 길고양이들과 함께]
그나마 재미있었던 단편.
한국 아저씨의 기본값으로 시작해 기본값으로 끝나는 이야기. 



[컴퓨터공학과 교육학의 통섭에 대하여]
다 읽고 나니 이게 제일 재미있었더라고
말 같지도 않은 어설픈 근미래 갖다 붙인 것보다
그나마 볼만했다.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어설픈 sf를 참고 참고 또 참고 보다가
이 단편에서 진짜 열불 터짐.

야, 진짜 너무...
다른 작가들 sf 안 읽어봤냐,
근미래를 이렇게 영혼 없이
(년도만 갖다 붙여서, 근미래를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 설명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독자 생각 안 하고 갑자기 근미래요??ㅋㅋㅋㅋㅋㅋ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제품 이름들 가지고 장난친 것도 그렇고
내가 뭘 많이 기대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 제목으로 건 에피소드인데 이렇게 재미없다고?



[감정을 감정하기]
여기도 약간 빻은 포인트가 있었는데
할말하않



[한 터럭만이라도]
첫 문장부터 임팩트를 주고 싶었나 본데,
그게 다였고, 이 단편은 도대체 언제 끝나나~~~~
단편 읽는데 지루함 느끼게 하는 거 진짜 고통이다.



[거인의 노래]
이건 패스함.
재미없어



[시간 위에 붙박인 그대에게]
불멸 소재 좋지요.
남자 작가지만 여자 화자도 써보고 싶었고요. 네네

근데

“아니, 왜 서울까지 치과를 갔다 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계속 다녔던 치과라서. 주말엔 안 하거든.”
“너 이 완전 나빠? 계속 보던 선생님이 안 보면 안 될 만큼
?”

그런데 나 왜 언니 방에 넣었어? 언니는?”

이가 나쁘다던가, 방에 넣었다는 문장력을 가진 불멸의 존재는
글쎄?



이 책을 읽는 독자를 화나게 만들어야지! 가 목표였다면 작가는 성공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이런 걸 책으로 냈네, 웬만한 웹소설이 낫겠어.



그리고 마지막 작가의 말 보고 쓰러질 뻔했는데 ㅋㅋㅋ

이 단편집의 소설들은 내가 2018년 6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쓴 것들 중에 출판할 만큼 괜찮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골라 다시 다듬어 낸 것들이다.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는 단편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글이다.

아, 네...... 많이 좋아하세요
본인이 쓴 글은 본인이 제일 좋아해야죠



자기애 충만한 프로필 사진도 진짜 식겁했는데,
(본명에 취해~~~~)


이름에 자부심이 있어 본명으로 활동 중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필명으로 아는 것이 고민이다.



이 책 읽고 다짐한 건데
첫 장 펼 때부터 쎄~~~~~~하거나 재미없고 진도 안 나가는 책은
과감히 안 보기로 했다.

스트레스 해소하려고 하는 독서인데,
스트레스받아가면서까지 고통받을 필요가 없다.
시간 아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