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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기계 - 신이 검을 하사한 자

“세상에는 지옥으로 통하는 구멍이 여기저기 뚫려 있단다.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구멍에 스스로 발을 들여놓을 필요는 없어. 나는 지옥으로 통하는 구멍에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하게 된 사람을 많이 알아. 구멍 앞에 세워진 팻말에는 구멍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말이 적혀 있지. 들어가면 명예를 얻을 수 있습니다. 편하게 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들어가지 않는 사람은 겁쟁이 입니다 같은 말들이. 그런 말에 부추김을 당해 건들건들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도 않아 길을 잃고 평생 구멍 속에서 괴로워하다 최후를 맞게 돼.” “이봐, 꼬마야.” 사카야키를 한 남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도대체 어쩌다 이 산속으로 들어왔는고?” 소년은 아버지에게 죽을 뻔해서 달아났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허어, 요즘 세상에는 드물지 않은..

한밤의 도서관 2018.03.27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앞으로 한 정거장앞으로 한 정거장 앞으로...한 정거장 영원히도착하지 않으면 좋을 텐데 逃げるは恥だが役に立つ (도망치는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2016)편성정보 TBS 火 22:00 | 11부작, 2016.10.11 ~ 12.10 |출연 아라가키 유이, 호시노 겐, 오타니 료헤이, 이시다 유리코, 후루타 아라타, 후지이 타카시, 우카지 타카시, 토미타 야스코홈페이지 https://www.instagram.com/nigehajigram/ 드라마가 대박 친 건 알았는데, 안 봤다. 원작 만화책 보고 나서 드라마 보기로 결심함. 원작 만화 팩폭이 너무 많아 충격 먹으면서 봤음. 특히 유리 짱 한테 감정이입 너무 진지하게 함. 자꾸 나중으로 미루면 그 나중은 영원히 안 와. 20대에 만남이 없으면, 30대,..

먼지쌓인 필름 2018.03.25

살인출산

“모리오카 씨는 죽이고 싶은 사람 있어요?”사키코의 질문에 “아이, 왜 그래요, 그냥 지카라고 불러도 돼요”라고 대답한 지카가 과자를 씹으며 한동안 허공을 바라보고 생각에 잠겼다. “으―음. 아주 살짝 그런 마음이 드는 사람은 많긴 하죠. 옛날 남자 친구가 바람피운 상대랑 곧 결혼한다는 소식이 들리니까 죽이고 싶고, 오늘 아침에 마주쳤던 치한도 죽이고 싶고, 으음 그리고 또 이 회사에서는 팀장이라고 해야 할까. 그 사람, 정말 히스테릭한 궁녀 느낌이라 열받아요. 실수도 다 상대 탓으로 돌리고, 정말 어이없지 않아요?” ‘출산자’는 열 번째 아이까지 다 낳으면, 곧바로 관공서에 살인신청서를 제출한다. 다음 날에는 살해당할 상대에게 전보 통보가 간다. ‘망자’에게는 그로부터 한 달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살..

한밤의 도서관 2018.03.20

미스터리 작가를 위한 법의학 Q&A

목을 매달아서 하는 대부분의 자살은 조악하게 실행되며 피해자는 목을 골절시키지 못해 질식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발밑의 의자가 이미 없어졌는데 아직 죽지 않은 것을 알면 머잖아 종교적 감정과 공황에 휩싸이게 되며, 처음에 자살을 하려던 결심이 얼마나 강했는지와는 관계없이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몸부림을 치게 됩니다. 갑자기, 글로 읽었을 때는 좋아 보이던 것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아 보이는 거죠. 의대생 시절 저는 사지절단술을 할 때 수술방에 들어가 보조를 한 적이 두어 차례 있는데요. 사지절단술은 지금까지도 칼과 톱, 끌과 망치가 동원되는 상당히 잔혹한 수술이라는 인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을 한 다음에도 제가 이 수술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생생한 이미지는 여전히 『바람과 함꼐 사라지다』..

한밤의 도서관 2018.03.19

시월의 저택

젊은 시절에는 밤마다 날아다녔다. 날개 달린 사람에게 밤은 소중한 시간이었으니까! 낮은 위험했다. 항상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밤은, 아, 밤이 되면, 그는 머나먼 대지와 그보다 더 먼 바다 위를 항해할 수 있었다. 아무런 위험도 없이, 풍요롭고 온전한 비행, 완벽한 희열이었다. “죽음이란 신비로운 것이란다.” 어머니가 티모시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삶은 더욱 신비롭지. 네가 고르면 된단다. 그리고 삶의 끝자락에서 먼지가 되어 흩날리는 일도, 젊음에 도달해서 탄생으로, 탄생 속으로 되돌아가는 일도, 모두 단순히 이상하다고는 표현할 수 없는 일이 아니겠니?” 석양은 사라지기 때문에 사랑받는다. 꽃은 질 운명이기 때문에 사랑받는다. 들판을 뛰노는 개와 부엌에 웅크린 고양이를 사랑하는 것..

한밤의 도서관 2018.03.06

우정, 나의 종교 - 세기말, 츠바이크가 사랑한 벗들의 기록

이 사람이 우리에게서 떠나간다는 것은 종말도 아니고 힘든 끝맺음도 아닙니다. 절멸하는 존재에서 불멸하는 존재로 슬쩍 옮겨 가는 것뿐입니다. -강인한 정신과 선한 마음, 지그문트 프로이트 진정 위대한 사람들의 전기를 훑어보면 알겠지만 운명은 창조적인 인간의 청춘 혹은 생의 한가운데로 엄습해 그를 은신처나 안전한 곳에서 뗴어 내고는 낯선 곳에다가 셔틀콕처럼 패대기친다. 위대한 사람은 모두 이렇게 비좁고 익숙하고 유착된 곳에서 빠져나와 완전히 바깥 세계로 달음질치는 도망과 추락을 겪었다. -최초의 보헤미안, 폴 베를렌 매일같이 20시간씩이나 일을 했음에도 밤이 되면 그는 충분히 읽고 말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말은 너무 타성에 젖어 있고, 만년필은 너무 느렸으며, 글로 뜻을 전달하는 것도 생각 같지 않게 너무 ..

한밤의 도서관 2018.03.04

내 영혼을 거두어주소서

“안녕, 우리 딸. 보고 싶어.” 토라는 인사한 뒤 전화를 끊었다. 토라는 잠시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생각했다. 결혼생활은 눈 깜빡할 새에 무너져 내렸고, 그녀 스스로 그 일을 천천히 되새겨볼 시간을 갖지 않았다. 전 남편과 함께한 첫 11년은 애정전선에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 빠른 속도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리고 1년 반 뒤 토라는 한스와 이혼했다. 전 남편과 자신의 집을 오가야 하는 아이들을 보며 양심의 가책이 들었지만 이제와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설령 한스가 캐러밴 후진의 대가라고 해도 이제는 그를 받아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토라는 길피의 방으로 전화를 걸어 로비에 있는 투숙갠 전용 컴퓨터에서 유기물의 뜻을 검색해달라고 부탁했다. “조금 있다가 찾아보겠대요...

한밤의 도서관 2018.03.01

미스테리아 16호

타살은 다른사람의 행위에 의한 죽음을 의미하며, 살인(murder)과 치사(manslaughter,예컨대 폭행 치사가 이에 포함된다. *히스테리성 성격 장애(Histrionic Personality Disorder)특징 ―극적인 감정표현, 타인의 관심을 끌려는 과도한 행동 양상 ―감정적 · 외향적 · 자기주장적 · 자기과시적인 성격을 특징으로 하며 타인의 주의를 끌고자 외모에 신경씀 ―자기 외에 관심이 대상이 되는 사람에 대해서는 시기와 질투, 강한 경쟁심을 느낌 ―자신을 과장하는 이면에는 의존적인 성격과 무능력감이 내재 ―관심과 애정, 보살핌을 이끌어내기 위해 자해나 자살로 타인을 위협 2017년에는 미스테리아에 나온 책 소개 보고기존보다 넓은 폭으로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잡지이기에, 모든 컨텐츠를 ..

한밤의 도서관 2018.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