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금색기계 - 신이 검을 하사한 자

uragawa 2018. 3. 27. 22:02

“세상에는 지옥으로 통하는 구멍이 여기저기 뚫려 있단다.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구멍에 스스로 발을 들여놓을 필요는 없어. 나는 지옥으로 통하는 구멍에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하게 된 사람을 많이 알아. 구멍 앞에 세워진 팻말에는 구멍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말이 적혀 있지. 들어가면 명예를 얻을 수 있습니다. 편하게 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들어가지 않는 사람은 겁쟁이 입니다 같은 말들이. 그런 말에 부추김을 당해 건들건들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도 않아 길을 잃고 평생 구멍 속에서 괴로워하다 최후를 맞게 돼.”



“이봐, 꼬마야.” 사카야키를 한 남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도대체 어쩌다 이 산속으로 들어왔는고?”
소년은 아버지에게 죽을 뻔해서 달아났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허어, 요즘 세상에는 드물지 않은 이야기로고. 무사히 도망쳤으니 다행이다. 어제는 산속에서 잤느냐?”
“예.”
“흠, 그럼 이제 자빠져 죽을 일만 남았나.”



“그렇게 딱해할 것 없다. 구마고로 너도 사연이 있지 않느냐. 다들 사연이 있어. 극락원에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지. 아무튼 올바름이란 무엇인가? 그건 몰라. 하지만 악이 무엇인지 따져보자면 나쁜건 우리뿐만이 아니지. 막부도 번도 전부 다 악이야.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느냐, 구마고로”



계절이란 재미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해가 점점 힘을 잃고 산이 천천히 입을 다뭅니다. 나뭇잎이 울긋불긋 물들었다가 한꺼번에 떨어집니다. 겨울은 마치 죽음에 다가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마침내 얼어붙은 듯한 정적이 찾아옵니다. 팽팽하게 긴장된 공기가 느슨하게 풀어집니다. 그러면 눈과 얼음이 녹고 새싹이 돋습니다.
그 후에 피어나는 신록은 어찌나 눈부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