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오카 씨는 죽이고 싶은 사람 있어요?”
사키코의 질문에 “아이, 왜 그래요, 그냥 지카라고 불러도 돼요”라고 대답한 지카가 과자를 씹으며 한동안 허공을 바라보고 생각에 잠겼다.
“으―음. 아주 살짝 그런 마음이 드는 사람은 많긴 하죠. 옛날 남자 친구가 바람피운 상대랑 곧 결혼한다는 소식이 들리니까 죽이고 싶고, 오늘 아침에 마주쳤던 치한도 죽이고 싶고, 으음 그리고 또 이 회사에서는 팀장이라고 해야 할까. 그 사람, 정말 히스테릭한 궁녀 느낌이라 열받아요. 실수도 다 상대 탓으로 돌리고, 정말 어이없지 않아요?”
‘출산자’는 열 번째 아이까지 다 낳으면, 곧바로 관공서에 살인신청서를 제출한다. 다음 날에는 살해당할 상대에게 전보 통보가 간다.
‘망자’에게는 그로부터 한 달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살해당하는 게 끔직이 싫으면 자살해도 되지만, 통상적으로는 한 달 후에 관공서 사람이 와서 자기를 데려가는 날까지 신변 정리를 하며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 살의를 품는 타이밍이 인생에 네 번 있다. 첫 번째는 남자아이의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 여자아이의 경우는 2차 성징 시기로 초등학교 4학년부터 5학년 무렵이다. 두 번째는 남자나 여자 모두 열네 살에서 열 여덟살 무렵. 사춘기의 불안정성이 살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는 사회인이 된 후인데, 양쪽 다 스물네 살쯤. 여성은 연애, 남성은 일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네 번째는 여성은 서른 살, 남성은 서른네 살. 이떄 대상은 결혼 상대나 시부모 같은 가족, 또는 회사 부하 직원이나 상사 등 다양하다. 어떤 계기로 누군가에게 한 번 살의를 품었던 사람은 그 후로도 다른 사람에게 살의를 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참 나, 화장을 고친다고 뭐가 달라져? 이봐, 몇 번이나 말했지만 기요미즈 씨의 시간은 회사에서 돈 주고 산 거야. 기요미즈 씨가 자리를 비운 5분 동안 회사가 얼마나 큰 손실을 입는지 계산이 안 나오나? 계산 못하지? 그러니까 그런 짓을 하겠지.”
그렇게 타인을 학대하는 자기가 좋은 것이다. 틈만 나면 타인을 압박해서 자기 자존심을 만족시키려 한다.
-살인출산 中
남편은 안심했는지 그제야 시선을 카페오레에서 들어 밖을 내다봤다. 카페 밖에는 개와 함꼐 나온 여성, 손목시계를 보며 걸음을 재촉하는 직장인,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 학생처럼 보이는 무리 등이 오가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그중 몇 명이 ‘사랑이 있는 섹스’로 배출된 정자였을까 하는 생각에 잠겼다. 배란일에 한 담담한 섹스로 만들어진 자식일지도 모르고, 인공수정일지도 모르고, 강간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정자는 난자까지 도달해서 인간의 형태로 부풀어 간다.
-청결한 결혼 中
약국에 들러서 사망허가증을 보이고 약을 샀다. 괴롭게 죽기는 싫어서 비교적 즉효성이 강한 약을 처방받았다.
“몸조심 하세요. 편안한 죽음을 맞으시길 바랍니다.”
약사 아가씨가 덤으로 비타민제를 넣어 주었다.
-여명 中
2017/01/19 - [△텅빈도서관] - 편의점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