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밤에 우리 영혼은

uragawa 2018. 4. 24. 21:17

네 말이 맞다. 좋아하거나 잘 알지도 못했지. 그런데 바로 그게 내가 지금 좋은 시간을 보내는 요인이란다. 이 나이에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 스스로가 그녀를 좋아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 알고 봤더니 온통 말라죽은 것만은 아님을 발견하는 것 말이다.



어두운 침실 바깥에서 갑자기 바람이 일더니 열린 창 안으로 거세게 밀려들어오면서 커튼이 이리저리 펄럭거렸다. 그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창문을 닫는 게 좋겠어요.
꼭 닫지는 말아요. 냄새가 예쁘잖아요. 지금 가장 예뻐요.
정답이에요.
그가 일어나 약간만 남기고 창문을 닫은 뒤 침대로 돌아갔다.
두 사람은 나란히 누워 빗소리를 들었다.
우리 둘다 인생이 제대로, 뜻대로 살아지지 않은 거네요.
그가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이 순간은, 그냥 좋네요.



난 그냥 하루하루 일상에 주의를 기울이며 단순하게 살고 싶어요. 그리고 밤에는 당신과 함께 잠들고요. 그래요, 우리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죠. 우리 나이에 이런 게 아직 남아 있으리라는 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아무 변화도 흥분도 없이 모든 게 막을 내려버린 게 아니었다는, 몸도 영혼도 말라비틀어져버린 게 아니었다는 걸 말이에요.



오늘 밤에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요?
그녀가 창밖을 내다보았다.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그 너머는 칠흑이었다.
당신, 거기 지금 추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