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마케터의 일 - 경험하고 공감하고 함께하는

uragawa 2018. 4. 12. 20:07

마케팅을 잘하려면, 마케팅 이전에 일단 그냥 일을 잘해야 합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메일 쓰는 것만 봐도 알아요.



지금 그 사람이 얼마나 잘하는지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속도와 방향으로 성장하는지입니다. 신입사원 채용할 때에도 실력이 얼마나 좋은지보다는 태도가 얼마나 좋은지를 보잖아요. 배우고 성장할 자세가 되어 있는지 말이죠.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더 잘 배우는 것 같아요. 물론 부족하다고 느끼기만 하면 안 되고, 그 부족함을 메우고 싶어 해야겠죠.




경험을 저장하고 공유하고 인출하고 성장시키는 데에는 소셜미디어가 좋은 수단이 됩니다. 경험거래소로서 소셜미디어는 인생의 낭비가 결코 아니에요. 저와 함께 일하는 어떤 마케터들은 ‘경험수집’을 하러 다닙니다. 평일에는 사람들을 만나고, 주말에는 좀 더 멀리 떠나기도 합니다.



‘이해가 안 돼’, ‘이해를 못하겠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대개 ‘싫다’는 뜻이죠. ‘난 줄 서서 먹는 사람들 이해가 안 돼’를 번역하면 ‘난 줄까지 서면서 기다려서 먹기는 싫어’가 됩니다.
그렇죠?
그런데 사실은 이 두 말이 똑같지 않아요. 차이가 있습니다. ‘이해가 안 돼’라고 말하고 나면 줄 서서 먹는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이 되고, 그들의 마음을 더 이상 상상하지 않게 돼요. 그렇잖아요. 이상한 사람들을 뭐 하러 상상하고 이해하겠어요. 나까지 이상해지게.



‘평균’으로 ‘보통’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달라요. 평균은 낼 수 있지만 보통이란 건 없습니다.



마케터는 소비자의 마음에 공감하고, 무형을 유형으로 분석해내고, 회사의 이익 계산도 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감성 없는 이성은 차갑고, 이성 없는 감성은 즉흥적입니다.
우리, 어느 쪽도 놓치지 말아요.



보고서를 쓰면서 위대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인용하거나, 있어보이는 분석툴을 쓰는 일이 종종 있죠. 물론 유용하지만, 그렇게 빌려오지 않아도 쉽게 자기 말만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비자는 분석 보고서를 보지 않으니까요.



실현시키고 싶은 일이 있으면 되는 방법을 찾고, 방법이 보이지 않으면 새로 만들어서라도 되게 합니다. 재미있는 게, ‘이거 해보고 싶다. 되도록 해보자’ 하고 덤비면 되는 방법이 정말 나오기도 한다는 거죠. 되는 방법부터 찾고, 안 될 이유들은 고치고 개선하면 됩니다.



정해져서 내려오는 일은 실행 효율이 좋습니다. 최선의 결정보다 최선의 실행이 더 중요한 회사들이 이렇게 많이 합니다. 결정한 사람은 책임을 지고, 구성원들은 정해진 범위 안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 실행합니다.
때떄로 구성원들이 정해진 내용에 공감을 못할 때가 있는데요. 쉽게 말해서 ‘이거 왜 하는지 모르겠다’ 싶을 때죠. 이럴 땐 일 잘하기가 참 힘들죠. 시키는 대로 그냥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기왕이면 누가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이해해서 성취의 보람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제의 팀장보다 오늘의 팀원 생각이 나을 수 있습니다. 팀장이 ‘확정’하지 않고 ‘잠정적으로 합의’한다면, 오늘 팀원의 새로운 정보로 어제 팀장의 결정을 쉽게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케팅에는 많은 경우 ‘확정’보다는 ‘잠정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정해진 일’은 ‘확정’에 가깝고, ‘정한 일’은 ‘잠정적 합의’에 가깝습니다.



마케터는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 생각을 갖고 이야기하고, 설득할 수 없다면 철저히 설득 당해 보세요.



설득은 이해시키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설득의 절반은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이해하려면 여백이 필요합니다. 아직 마음을 굳히지 않은 공간 말이죠. 확고하지 않은 믿음이 필요합니다.
떄로 내가 설득당해도 됩니다. 내 의견을 관철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의 해결책이 나아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마케팅은 계속 가능성을 높여가는 과정입니다.



부정적인 사람은 사람의 에너지를 갉아먹습니다. 인간은 잘 바뀌지 않고, 그를 미워하면 나만 힘들어요. 그 사람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게 멀리 떨어지세요.



협력업체로 대우하면 협력업체가 되고 하청업체처럼 부리면 하청업체같이 할 겁니다.



일이 재미있으면 재미와 스트레스를 동시에 느낍니다. 잘하고 싶을수록 ‘잘못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커지죠. ‘이 정도면 됐어’라고 할 수 있는 기준점도 높아집니다. 누군가의 일을 대신 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 일 내가 하는 건데 대충 할 수 없죠. 극도의 스트레스를 안고도 계속 더 잘하고 싶은 건 재미와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일 겁니다. 이건 감시와 질타로는 닿을 수 없는 경지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따라올 수 없다고 하잖아요.



일과 사람을 분리해야 합니다. 일의 부족함을 말하는 것이 자칫 사람에 대한 공격처럼 느껴지지 않게 해야 합니다.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인데도 의외로 잘 못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사람, 잘 어울리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 더 크고 더 멋진 일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