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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꿀벌과 나

“결혼할 남자한테 아기 기저귀를 갈아줄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보라 이 말이죠. 뭐라고 대답하는지 들어보면, 그 사람이 당신을 동등하게 대할 사람인지 종 부리듯 부려먹을 사람인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왜 저렇게 여왕벌을 만지는 거예요?” “저 벌들은 여왕벌에게 나는 특별한 향기를 모아서 다른 벌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거야.”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저렇게 하면서 어느 벌집이 자기 집인지 알게 되지. 여왕벌마다 자기만의 향기를 가지고 있거든. 여왕벌의 딸 벌들은 그 냄새를 절대 잊지 않는단다.” 엄마들에게 저마다 특유한 향기가 난다는 건 사실이다. 우리 엄마에게서는 교회 중고 옷 가게에서 산, 다른 사람들의 옷에 밴 희미한 머스크 향에 엄마의 찰리 향수와 밴티지Vantage 담배 냄새가 섞인 향이 났다. ..

한밤의 도서관 2020.08.06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BEASTS CLAWING AT STRAWS (2020) 감독: 김용훈 원작: 소네 케이스케 출연: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신현빈, 정만식, 진경, 정가람, 김준한 더보기 제작 소식 들었을 때 나의 솔직한 마음은 나만 알고 싶은 최애 작가님의 소설을 망치지 마라..... 였는데 드디어 보게 됐네. 사실 영화 보는 내내 원작 읽은 지 오래돼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났지만 생각보다 꽤 인물들 연결이 잘 되어있었고 전도연이 살리고 전도연이 빛나는 영화여서 만족하면서 봤다. 똑같은 문신을 새기는 순간 원작 소설이 생각남. 배성우 억울 연기 찰떡 나 울 뻔 죄송합니다 딸 대학 등록금 때무네ㅋㅋㅋㅋㅋㅋㅋ(엉엉엉) 굳이 이 역할을 정우성이 해야만 했나? 싶을 정도로 붕 떠있었음..

먼지쌓인 필름 2020.08.03

孤狼の血

그런 외줄타기를 언제까지 할 겁니까? 줄에 올라탔으면 끝이야 야쿠자든 경찰이든 한 쪽으로 기울어지면 추락하는 거지 孤狼の血 The Blood of Wolves, 고독한 늑대의 피 (2018) 감독: 시라이시 카즈야 원작: 유즈키 유코 출연: 야쿠쇼 코지, 마츠자카 토리, 마키 요코, 타키토 켄이치, 이시바시 렌지, 에구치 요스케, 피에르 타키 더보기 이야...... 소설을 이렇게 망쳐놨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성작가가 탄탄하게 만들어놓은 작품이 쓰레기가 됐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평점 누가줬냐 딱 봐도 자극적인 장면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평점 남긴 듯 소설대로만 하지 그랬어!!!!!!!!!!!!!!!!!!!!!! (오열) 원작 읽은 나는 너무 슬퍼지는데 그리고..

먼지쌓인 필름 2020.08.02

나의 비거니즘 만화

채식주의자의 범주 비건 (동물착취로 얻은 가죽, 화장품등도 소비하지 않는다.) 락토 (채식을 하나 달걀을 제외한 유제품까지는 허용.) 락토 오보 (채식을 하나 달걀과 유제품까지는 허용.) 페스코 (채식을 하나 생선, 달걀, 유제품까지는 허용.) 폴로 (‘붉은’ 살코기를 먹지 않는다.) 플렉시테리언 (채식을 지향하나 때에 따라 육류와 생선을 먹는다.) 프루테리언 (식물의 생존을 방해하지 않는 열매, 잎, 곡식 등만 먹는다.) 채식주의의 실천 범주는 정리한 것보다 아~주 넓고 다양해요. 저는 자신을 ‘어떤 채식주의자’라고 정하고 단어 안에 갇히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비건, 페스코 등의 명칭은 그저 무엇무엇을 소비하지 않는다고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소통하기 편리한 단어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채식을..

한밤의 도서관 2020.08.02

일의 기쁨과 슬픔

연애 기간 동안, 우리는 서로의 연봉을 모르고 있었다. 여느 회사가 그렇듯 우리 회사도 자신의 연봉을 누설하면 해고할 수 있다는 사규가 있었다. 하지만 결혼을 준비하면서 어쩔 수 없이 서로가 모아둔 재산과 연봉을 공개해야 했다. “하나, 둘, 셋 하면 동시에 말하는 거야.”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가족오락관 찍는 것 같다는 농담을 하면서 웃고 있었다. 셋, 하던 그 순간, 나는 구재와 내가 외치는 숫자의 앞자리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보다 세전 기준 천삼십만원을 더 받는 구재는 당연히, 모아놓은 돈도 나보다 훨씬 많았다. 구재 역시 당황한 눈치였다. 생각보다 큰 차이가 나자 자기도 민망했는지 이렇게 말했었다. “네가 이년 동안 백오피스에 있어서 그랬나봐.“ 그래, 그게 맞는다고 치자. 그러면 나는..

한밤의 도서관 2020.07.30

Jean Paul Gaultier: Freak and Chic

저는 사랑받으려고 이 일을 합니다. 결국 즐기는 게 핵심입니다. Jean Paul Gaultier: Freak and Chic 장 폴 고티에: 프릭 앤 시크 (2019) 감독: 얀 레노레트 출연: 장 폴 고티에 더보기 볼 거 없을 땐(?) 다큐멘터리지 ㅋㅋㅋㅋ 영화 내용 자신의 인생을 주제로 한 쇼를 제작하는 동안, 고티에는 어린 시절에 당한 괴롭힘과 동성애자로서의 고민, 학창 시절 친구, 할머니, 세상을 떠난 연인, 마돈나와의 첫 협업 등을 회고한다. 남자아이는 인형 가지고 노는 거 아니라고 아이고 이 놈의 고정관념 의상 진짜 엄청나게 독특하다 재봉하시는 분 천재 아니냐고 이런 걸 어떻게 만들어! ㄷ ㄷ ㄷ 아니, 중간중간 영문 타이틀마다 한국어 제목을 그래픽 효과까지 똑같이 만들어 같이 녹인 영화 또..

먼지쌓인 필름 2020.07.29

検察側の罪人

거짓말만 하는 사람도 진실만을 말하는 사람도 없어 완벽한 정의가 없는 것처럼 検察側の罪人 Killing for the Prosecution, 검찰측의 죄인 (2018) 감독: 히라다 마사토 원작: 시즈쿠이 슈스케 출연: 기무라 타쿠야, 니노미야 카즈나리, 요시타카 유리코, 히라 타케히로, 오오쿠라 코지, 마츠시게 유타카 더보기 난 이거 원작 소설을 읽었다고 생각하고 ㅋㅋㅋㅋㅋ 영화를 시작했다 ㅋㅋㅋㅋ (국내 미번역) 오프닝부터 오글오글하더니...... 얼굴만큼 연기해라. 아오...... 영화 보는 내내 긴장감도 없고, 각 캐릭터 설명 산만하고(자세히도 안 나옴) 나는 니노미야는 믿고 보는 연기파? 였는데, 오랜만에 보니 연기가 붕 떠있다는 느낌을 받는 건지 모를 일이군? 그나마 위안이 된 건 내가 좋아하..

먼지쌓인 필름 2020.07.28

어서 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2014년 6월 12일, 12시 15분. “하이, 하오 선생님. 이렇게 또 만나니 기쁘네요.” “얼마나 기쁩니까?” “만신창이가 될 만큼 기쁘달까요.” “단어 선택 좋네요.” “선생님, 제가 시를 한 편 썼는데 들려드릴까요?” “밥 먹으러 가는 길입니다.” “괜찮아요. 시가 마음의 양식 아니겠습니까, 이 간호사님도 제 시를 듣더니 배고픔이 싹 사라졌다고 하던데요.” “시가 밥이 됐다는 겁니까?” “아뇨, 토를 하시더라고요.” “그럼 전 이만.”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좋지 않은 생태’가 아니라 병이다.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노르아드레날린)등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지면서 노의 화학 구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자에게 ‘좋게 생각하라’든가 ‘기분 풀어라’ 등의 말은 삼가야 한다...

한밤의 도서관 2020.07.28

Tom of Finland

Tom of Finland 톰 오브 핀란드 (2017) 감독: 도메 카루코스키 출연: 페카 스트랑, 라우리 틸카넨, 제시카 그라보프스키 더보기 아니, 로버트 메이플소프랑, 앤디워홀까지 이 분한테 영감을 받았다네, 최근에 본 영화랑 이렇게 연결되기 있기 없기? ㅋㅋㅋ 남성 누드, 동성애 등 동시대의 금기인 도발적인 주제를 대담하게 사진에 담은 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 그 역시 ‘톰 오브 핀란드’의 그림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으며, 실제로 ‘톰 오브 핀란드’와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기도 했다.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이자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잘 알려진 앤디 워홀은 미국에서 열린 ‘톰 오브 핀란드’ 전시회에 직접 찾아가는 등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영국의 팝 아트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호모에로틱 일러스..

먼지쌓인 필름 2020.07.27

Promised Land

Promised Land 프라미스드 랜드(2012) 감독: 구스 반 산트 각본: 존 크래신스키, 맷 데이먼, 데이브 에거스 출연: 맷 데이먼, 존 크래신스키, 프란시스 맥도맨드, 로즈마리 드윗, 스쿳 맥네이리, 루카스 블랙, 티터스 웰리버, 할 홀브룩 더보기 음악 대니 앨프먼! 근데 영화 보고난 후, 음악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났음. 그만큼 인물에 집중해 봤다는 말이겠지 ㅋㅋㅋㅋㅋㅋ + 환경이 주제인 영화인데 맷 데이먼 착한 사람 역할에 알레르기 날 것 같음 왜 이렇게 좋은 사람 역할인 거야 ㅋㅋㅋ 이 언니처럼 인간적인 역할이었으면 더 공감했을 것 같다. ‘일은 일이야’라는 쿨함. 만약 글로벌 같은 회사에 취직되어 있다면 직업적 윤리는 후 순위로 두고 이 언니처럼 살지 않았을까? ++ 시골 사람들이라고 우..

먼지쌓인 필름 2020.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