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소설 8

인간의 피안

애초에 분신에게 인격을 부여할 때 고객의 인격 중 가장 긍정적인 면만을 취해 최적화했다. 이건 확정적이지 않은가. 누가 자신의 제품이 고객의 형편없는 부정적인 면을 모방해서 반응하도록 내버려 둔단 말인가? 인격을 최적화하는 건 필연적이다. 화낼 줄 모르는 것도 잘못이란 말인가? - 당신은 어디에 있지 中 왜 사람은 망각할까? 왜 한때 더없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역시 옅어질까? 하는 슬픈 사념에 빠져들었다. 얼핏 망각이란 자기 속마음을 은폐하고 보호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만약 모든 죄책감을 망각할 수 있다면 비교적 쉬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만약 목숨에 가격에 매겨진다면 많은 사람은 더더욱 출구가 없어질 것이다. “당신 말은…… 신인은 로봇이 아니다?” “당연히 아..

한밤의 도서관 2020.11.06

뭇 산들의 꼭대기

사형수에 대한 인도주의적 사형 집행 방식에 대해 안핑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종국에는 현실이 되고, 또 신신라이가 강간과 살인 사건을 저지르자 안핑은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다시 말해 신신라이가 잡히고 최종적으로 사형 판결을 받게 되면 막 반포된 법령에 따라 신신라이는 집행 차량으로 호송된 후 평안히 누운 채 주입된 주사액을 통해 아무런 손상 없이 죽게 된다. 그래서 고통 따위는 느끼지 못하고 만다! 그렇지만 안핑은 엄숙한 사형장에서 직접 신신라이를 쏴 죽이는 장면을 얼마나 상상했는지 모른다. 안핑은 극악무도한 사람에게 사형장은 없어서는 안 될 곳으로, 공포를 제거한 사형 집행은 인도적으로는 승리했을지 모르지만 죄악 징벌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범죄 행위를 ..

한밤의 도서관 2020.07.20

무증거범죄

뭘 하든 돈이 필요했고 월급은 언제나 빠듯했다. 그런 궈위에게 지금 다니는 직장은 무척 소중했다. 야근이 아무리 힘들어도 안정적인 수입이 있다는 건 큰 위안이었다. 이 도시에서 집도 사고 차도 사며 근심없이 살 날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곧 쓴웃음이 나온다. 아무리 안정적인 수입이라도 월급만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였다. “세 번째 공통점은 범행 도구인 줄넘기의 양 손 잡이에 범인의 지문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범인은 지문이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걸까?” “대체로 어떤 살인사건이든 경찰이 진실을 밝혀내려면 증인, 물증, 진술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해. 그래서 완전범죄란 일반적으로 증인과 물증, 용의자의 진술이 없는 사건을 뜻하지. 이번 사건에서 증인은 나밖에 없으니 내가 말..

한밤의 도서관 2020.07.01

디오게네스 변주곡

란유웨이는 그녀에 대해 손바닥 들여다보듯 잘 알고 있다. 현대인은 자기 집 유리창은 불투명 유리로 바꾸면서 인터넷에는 사적인 정보를 마구 공개한다. 란유웨이는 늘 그런 모순된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파랑을 엿보는 파랑 中 "창작을 위해 살인을 한다니, 누가 그런 범행 동기를 믿어주겠나? 언론이든 경찰이든 자기들이 생각할 때 말이 되는 동기만 찾을 뿐이야. 그래야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고 보고서도 쉽게 통과되니까. 요즘 시대는 말이지, 아무도 '진실'에는 관심이 없어." -추리소설가의 등단 살인 中 나는 영화를 볼 때도 미리 시놉시스를 읽지 않는다. 배경지식 없이 보다가 깜짝 놀라는 쪽이 좋다. -숨어있는 X 中 더보기 디오게네스 변주곡 第歐根尼變奏曲(2019) [트위터책빙고 2020] 2..

한밤의 도서관 2020.05.02

염소가 웃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일은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희망을 잠깐 안겨줬다가 곧바로 그 작은 희망마저 빼앗아버리는 게 아닐까? 상황이 좋아진 거라곤 하나도 없는데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최악의 결과를 알고 있으니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유령도 아니고, 자신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미리 알게 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인간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걸 제일 두려워한다. 한마디로 '미지未知'를 가장 두려워한다. 더보기 염소가 웃는 순간 山羊獰笑的剎那(2018) 찬호께이 새로운 책이라 제목만 보고 구매했는데, 두껍고 무거워서 집에서 저녁에만 읽기로 생각했거든? 인물 설명을 읽고 '청춘물이겠구나~' 하고 가볍게 읽기 시작. 했는데? 왜 때문에 호러 공포물이냐!!..

한밤의 도서관 2020.03.15

사장을 죽이고 싶나

금융 엘리트라면 남자든 여자든 사냥감에만 군침을 흘리는 늑대가 되어야 하는데, 왜냐하면 그들의 고객 역시 늑대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똑같은 늑대여야만 함께 최대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 만약 당신이 다른 것에 관심을 보인다면 그것이 바로 당신의 약점이 되기에 십상이다. 이런 약점이 알려진다면 당신은 더 이상 늑대가 아니라 사냥감이 될 수밖에 없다. 맞아, 바이통 너도 여기 오래 살 생각이면 아파트를 꼭 사. 오래 안 있더라도 집값은 오르니까. 일자리가 확실하지 않은 요즘 같은 때는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게 최고야. 개인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개인의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면 조직의 브랜드에 의존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 — 양안옌, 《나는 금융 엘리트가 될 것이다》 “바이통, 집이 뭐가 중요..

한밤의 도서관 2019.07.30

역향유괴

대부분의 기업처럼 A&B도 모든 직원의 키보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직원이 A&B의 서버에 접속하기만 하면 누르는 모든 키보드가 기록되어 파일로 남는다. 사람이란 게… 지난날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 같지만 돈을 벌면 이건 그때와 다른 거라고 자기한테 최면을 건다니까 주식시장에서 연구개발 증권의 신뢰가 떨어져 판매되지 않는다면 주식시장 자체가 멈춰버릴 수 있었다. 그러면 만기가 도래하는 수천억 달러의 어음이 상환되지 않아 새로운 금융위기가 시작될지 몰랐다.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그 친구들을 무시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서로의 관점이 다르다고 해야겠죠. 그 젊은 친구들은 사실 저보다 열 몇 살 어릴 뿐인데 인터넷이라는 게 그 친구들에게는 어린 시절을 함께한 장난감이잖아요. 그 친..

한밤의 도서관 2019.07.12

생사의 강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사람은 왜 살인을 할까? 첫째, 자기 목숨을 보호하기 위해. 둘째, 남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 셋째, 이성을 소유하는 데 경쟁자를 없애기 위해. 넷째, 어떤 이유로 타인의 복수를 하기 위해. 다섯째, 상사의 지시에 따르기 위해. 여섯째, 청부금을 받았기 때문에. 일곱째, 아무 이유 없이. “걸음을 재촉하며 열심히 걷고 있더라도 가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는 걸 잊지 마.” “영국 시인 앨리어트는 「황무지」라는 시에서 말했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샤오즈가 꽃이 만발한 울타리 뒤에 숨어서 물었다. “사는 게 잔인할까요, 죽는 게 잔인할까요?” 그때 선밍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물론 죽는 게 잔인하지.” 도서관에 책 반납하면서 빌릴게 뭐 ..

한밤의 도서관 2019.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