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뭇 산들의 꼭대기

uragawa 2020. 7. 20. 22:30

사형수에 대한 인도주의적 사형 집행 방식에 대해 안핑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종국에는 현실이 되고, 또 신신라이가 강간과 살인 사건을 저지르자 안핑은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다시 말해 신신라이가 잡히고 최종적으로 사형 판결을 받게 되면 막 반포된 법령에 따라 신신라이는 집행 차량으로 호송된 후 평안히 누운 채 주입된 주사액을 통해 아무런 손상 없이 죽게 된다. 그래서 고통 따위는 느끼지 못하고 만다! 그렇지만 안핑은 엄숙한 사형장에서 직접 신신라이를 쏴 죽이는 장면을 얼마나 상상했는지 모른다.
안핑은 극악무도한 사람에게 사형장은 없어서는 안 될 곳으로, 공포를 제거한 사형 집행은 인도적으로는 승리했을지 모르지만 죄악 징벌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범죄 행위를 뼈저리게 뉘우치는 사형수라면 그들을 평안하고 깔끔하게 죽이는 것은 당연히 인간적인 도리일 수 있다. 하지만 안핑이 보기에 신신라이에게 그런 사형 방법은 가당치도 않았다.



그날은 밝고 맑은 밤이었다. 안다잉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창문 앞에서 서성였다. 달빛이 휘영청 밝아 달 표면의 그림자까지 환히 보였다. 안다잉은 태양에도 그림자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육안으로 보지 못하는 건 태양이 환한 대낮에만 모습을 드러내기에 그 그림자가 환한 빛에 가려져 있을 수밖에 없어서지만, 달의 배경은 어두워서 달의 그림자가 밤에 꽃송이처럼 환히 피어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자기 몸이 아픈 상황에서는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이 속수무책이 되었다. 돈이 있어도 자신과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의 신장을 얻기란 물에서 달을 건져 올리는 격이었다. 본래 자신의 사회적 관계가 이권과 금전에 의해 유지되는 관계임을 알고 있었지만, 가정 역시 그렇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병이 나고 나서야 체감하면서 천진구는 한없이 절망했다.



천진구는  관료 사회에 진정한 친구는 존재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지만, 중병을 얻고 나서이 사실을 더더욱 뼈저리게 체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병원을 옮기기 전, 쑹산 지구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각 부처 관계자와 각 현, 구, 국(局)의 관료들이 예의상 병문안을 왔다. 하지만 이때 사람들이 천진구에게 찔러준 돈은 예전 천진구의 아내가 병이 나서 입원했을 때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천진구가 부서기 자리에 얼마 있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자신들에게 더는 쓸모없어졌기 때문이다.





“세상에 해가 뜨지 않았으면 말세도 없었겠지요. 인간 세상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안핑과 안타이가 출발하려 하자 슈냥이 두 사람을 자기 앞에 불러 말했다. “아직 정신이 멀쩡하고 너희 둘 다 있을 때, 너희한테 뒷일을 부탁해야겠어. 한 날 내가 죽거든 무덤에 묻지 마라! 운이 좋아 화장을 실시하기 전에 죽으면, 나를 풍장(風葬, 시체를 한데에 버려두어 비바람에 자연히 없어지게 하는 장사법) 해다오. 나는 자작나무가 좋으니, 날 자작나무에 묻어줘. 음력 섣달그믐 저녁에 너희들이 모여 명절 밥을 먹을 때 집 밖으로 술을 약간 뿌려 엄마라고 불러줘. 그러면 내가 와서 마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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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 산들의 꼭대기
群山之巅(2017)



도서관에서 대여한 전자책.


생각했던 스타일이 아닌 조금 당황스러운 문체였는데
(뭘 생각했던 걸까 ㅋㅋㅋ)
제일 처음 나오는 신신라이 에피소드 읽고
너무 짜증나서 이 책 포기할까

핸드폰으로 보려니 너무 눈 아파서
그냥 포기할까! 생각하면서도
3주 만에 드디어! 다 읽었다!!!!



쉬다가 읽으면
등장인물 헷갈려서 다시 공부해야 하는 단점이 ㅋㅋㅋㅋ
고통ㅋㅋㅋ

핸드폰을 보려니 인물관계도 잘 안 보여서
내가 만듦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모든 이야기와 인물들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소름! 엄청 났다.

특히, 신신라이 친부모님이랑
행방불명 된 일본인 아내 이야기 연결될 때 소름!



아 그리고
사형 집행 유예(중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로 사형을 판결하지만 집행을  2년간 유예해서 노동 개조를 실시해 죄수의 태도를 평가한 뒤 사형 집행에든 무기 징역에든 처한다)라는 것도 있구나. 신기한 제도네.




마지막 작가님의 말 읽는데

이 장편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부분 실제로 존재한다!
와우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