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 17

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

책을 통해서라면 누구도 자신의 시야에 갇히지 않고 현재와 과거의 모든 사건, 전 인류의 사상과 감정에 모두 관여할 수 있게 된다. 오늘날 우리 정신세계의 모든 혹은 거의 모든 지성적 활동은 책에 기초하고 있으며, 물질의 상부에 있는 문화라고 불리는 그 무엇은 책 없이는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적이고 개인적인 삶에서 영혼을 확장하고 세계를 건설하는 이러한 책의 힘에 대해 우리는 거의 의식하지 못하며, 매우 드문 순간에만 자각할 뿐이다. 새롭고 놀라운 것의 존재에 매번 감사함을 느끼는 것과 다르게 책은 이미 우리 일상에서 당연한 것이 된 까닭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타인의 삶에 동승하고 그의 사고방식으로 생각한다는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책을 사랑하는 자는 스스로의 눈만이 아니라 셀 수 없..

한밤의 도서관 2019.08.13

도서관 여행하는 법

한 시민이 어떤 앎의 세계에 진입하려고 할 때 그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사회 전체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랄까. 또한 부유하든 가난하든 잘났든 못났든 늙었든 젊었든 장애가 있든 없든 간에 그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을 만들고 어떻게 하면 그것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어렵지만 흥미진진한 실험이랄까. 도서관의 세계에는 그런 멋진 꿈이 있었다. 무수한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한국 사회는 과연 무언가를 배우려는 누군가에게 손 내밀고 끌어 주며 마음을 북돋워 주는 곳일까? 국민의 세금으로 그 ‘공짜’ 기회를 누리게 할 만큼 우리는 누군가의 배움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그 뒷감당을 하고 싶어 할까? 제 공부는 제 돈으로 하라는 치열한 경쟁의 논리가 우리 가운데 더 강하게 자리하..

한밤의 도서관 2019.05.17

출판사에서 내 책 내는 법 - 투고의 왕도

여전히 많은 예비 저자가 ‘유리창’ 같은 원고가 아니라 ‘거울’ 같은 원고를 보낸다.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의 원고는 유리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세상)과 사람들(독자)에게 말을 걸고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거울 앞에 선 채 당신 자신만을 비추며 독백하고 있는가? 어쩌면 여기에서 “왜 투고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원고가 다음 네 가지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라. 명료성: 저자의 목적이 분명한가? 범위: 서술, 주장 또는 해결책을 따라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독자에게 제공하는가? 조직: 서술, 주장 또는 해결책이 알아보기 쉬운 방식으로 배열되었는가? 어조: 정보의 수준과 목소리의 어조가 책의 목표 독자에 적절한가? 출판사에 투고할 때에는 기본..

한밤의 도서관 2018.06.14

단단한 삶 - 나답게, 자립하고 성장하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일본 사회는 ‘입장’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입장이라는 모빌슈트 mobile suit(일본의 로봇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에 나오는 인간형 기동병기의 명칭) 같은 것으로 몸을 감싸고 입장에 따라서 행동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실로 숨 막히는 사회입니다. 이는 회사와 학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만연해 있습니다. 한편 한국은 ‘부모 자식’, ‘형제’, ‘부부’, ‘친구’, ‘선후배’ 같은 인간 사이의 관계가 강력한 지배력을 발휘해 개인의 프라이버시 같은 경계를 가볍게 뛰어넘고 엉겨 붙어서, 서로 침범하고 바닥을 알 수 없는 늪처럼 끌어당기는 숨 막히는 사회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진흙탕사회’라고 부른다고요. 친구는 인간으로서 서로 존중하는 관계의 ..

한밤의 도서관 2018.05.28

우정, 나의 종교 - 세기말, 츠바이크가 사랑한 벗들의 기록

이 사람이 우리에게서 떠나간다는 것은 종말도 아니고 힘든 끝맺음도 아닙니다. 절멸하는 존재에서 불멸하는 존재로 슬쩍 옮겨 가는 것뿐입니다. -강인한 정신과 선한 마음, 지그문트 프로이트 진정 위대한 사람들의 전기를 훑어보면 알겠지만 운명은 창조적인 인간의 청춘 혹은 생의 한가운데로 엄습해 그를 은신처나 안전한 곳에서 뗴어 내고는 낯선 곳에다가 셔틀콕처럼 패대기친다. 위대한 사람은 모두 이렇게 비좁고 익숙하고 유착된 곳에서 빠져나와 완전히 바깥 세계로 달음질치는 도망과 추락을 겪었다. -최초의 보헤미안, 폴 베를렌 매일같이 20시간씩이나 일을 했음에도 밤이 되면 그는 충분히 읽고 말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말은 너무 타성에 젖어 있고, 만년필은 너무 느렸으며, 글로 뜻을 전달하는 것도 생각 같지 않게 너무 ..

한밤의 도서관 2018.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