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

uragawa 2019. 8. 13. 22:00

책을 통해서라면 누구도 자신의 시야에 갇히지 않고 현재와 과거의 모든 사건, 전 인류의 사상과 감정에 모두 관여할 수 있게 된다. 오늘날 우리 정신세계의 모든 혹은 거의 모든 지성적 활동은 책에 기초하고 있으며, 물질의 상부에 있는 문화라고 불리는 그 무엇은 책 없이는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적이고 개인적인 삶에서 영혼을 확장하고 세계를 건설하는 이러한 책의 힘에 대해 우리는 거의 의식하지 못하며, 매우 드문 순간에만 자각할 뿐이다. 새롭고 놀라운 것의 존재에 매번 감사함을 느끼는 것과 다르게 책은 이미 우리 일상에서 당연한 것이 된 까닭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타인의 삶에 동승하고 그의 사고방식으로 생각한다는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책을 사랑하는 자는 스스로의 눈만이 아니라 셀 수 없는 이들의 영혼의 눈으로, 그들의 놀라운 도움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헤쳐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독서를 하려고 할 때 우리가 선택하는 책은 분명 각자의 본능적 충동에 따른 판타지를 충족시켜 줄 만한 대체물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오늘날 우리 세계가 연극 무대와 책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단지 ‘정상인 상태’에 대한 반항 이상이 아닌 것, 사람들이 자신의 공격 충동과 불만을 전쟁소설이나 셜록 홈스 시리즈에 나타난 무법적인 복수 혹은 범죄 양상을 탐독하는 것으로 처리하는 것, 책과 여러 이론이 정상적인 혼인 관계 안의 성적 지향에서 벗어나는 모든 것을 유독 요란스럽게 찬양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우리 문명의 도덕적이고 잘 정돈되고 평화롭고 관료적인 상태가 (무의식 아주 깊숙한 곳에서는) 인간 본질의 어떤 원초적인 천성에 반하는 것이라는 신호다.



책은 전류를 비축한 축전지와 같이 우리에게 연결된 채로 내부에서 계속 작용하여 무한히 흐르는 정신적 힘에 늘 다시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한다. 언제까지나 지치지 않는 그것은 우리 지식의 저장고이자 영원히 완성이란 없는 건축물인 세계상을 쌓아 올리는 진짜 벽돌이다.



모든 목적지향적인 것은 지칠 때가 온다. 그러나 목표가 무한하고 총체적인 것을 향해 뻗어 나갈 때 멈춤은 있을 수 없다.



저만 좋아했던 무언가가 갑자기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시시껄렁한 대화의 주제가 되고, 제가 흠모했던 시인이 어디선가 주목받지 못해 안달하는 것처럼 소란스럽게 연출되고 있다는 겁니다.



삶에 굶주리고 권력에의 의지로 혼란스러웠던 이 인간은 삶 너머에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해, 자기가 만들어 낸 창조물과 엄청난 부침을 겪으며 행복과 불행을 함께 느끼는 것으로 스스로의 삶을 채우고 열정을 해소한 것이다.



선택된 소수만이 어린 시절이 지나도 계속해서 삶을 신비로운 힘으로, 영원한 수수께끼로, 언제까지나 풀기 어려운 문제로, 놀라움과 통찰로 가득한 것으로 느끼고, 동시에 스스로를 끝없는 모험의 제물로 여기는 증대된 능력을 영원히 간직한다.



나는 현실의 삶에서와 같이 예술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도 한 작품이 탄생한 이래 버텨 온 시간의 길이와 직감에 기댄 창작자의 영향력이 일종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작품 고유의 탁월함으로 생명의 가치를 얻을 뿐 아니라, 그 창작자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가에 따라 작품 또한 더 값진 것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