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우정, 나의 종교 - 세기말, 츠바이크가 사랑한 벗들의 기록

uragawa 2018. 3. 4. 17:56

이 사람이 우리에게서 떠나간다는 것은 종말도 아니고 힘든 끝맺음도 아닙니다. 절멸하는 존재에서 불멸하는 존재로 슬쩍 옮겨 가는 것뿐입니다.
-강인한 정신과 선한 마음, 지그문트 프로이트



진정 위대한 사람들의 전기를 훑어보면 알겠지만 운명은 창조적인 인간의 청춘 혹은 생의 한가운데로 엄습해 그를 은신처나 안전한 곳에서 뗴어 내고는 낯선 곳에다가 셔틀콕처럼 패대기친다. 위대한 사람은 모두 이렇게 비좁고 익숙하고 유착된 곳에서 빠져나와 완전히 바깥 세계로 달음질치는 도망과 추락을 겪었다.
-최초의 보헤미안, 폴 베를렌



매일같이 20시간씩이나 일을 했음에도 밤이 되면 그는 충분히 읽고 말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말은 너무 타성에 젖어 있고, 만년필은 너무 느렸으며, 글로 뜻을 전달하는 것도 생각 같지 않게 너무 답답했다. 오늘날 60세가 된 지금도 그는 자신이 이제 겨우 시작점에 서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에게 완전한 충만함이란 현재의 세계와 역사의 세계를 의미하는데 자신이 단지 충만함의 한 편린만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에 젖어 있다.
-잠들지 않는 예술가, 로맹 롤랑



톨스토이는 책 속 현자들의 오직 “직접적인 삶의 문제와 관련 없는 것에 대해서만 정확하고 선명하다는 것”, 책이란 사람들이 충고와 조언을 원할 때 제시해 줄 수 있는 모든 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정작 그에게 중요한 유일한 것, “내 삶의 시간적, 인과적, 공간적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아무런 설명도 해 줄 수 없다는 것에 불쾌감을 느꼈다.
-삶의 구도자, 레프 톨스토이



책을 쓰며, 쓰는 행위 안에서 꿈을 꿨다. 그 꿈속에서 그의 답답하고 보잘것없는 삶은 환상적인 가능성으로 충만해졌다. 그는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아름다운 여인과 불타오르는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끝없는 모험을 거듭하기도 했다. 거나하게 취한 밤에는 괴물과 유령이 나타나는 소름 끼치도록 기분 나쁜 꿈을 글로 옮기기도 했다.
-글로 도피한 남자, E. T . A. 호프만



완벽한 하루를 보내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다. 그렇게 때문에 완벽한 하루를 보냈거나 오늘날 그것을 허락받은 이는 감사한 마음을 갖고 그 마음을 표현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어떤 고귀한 삶, 알베르트 슈바이처



그는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끊임없이 말하고자 하는 자신의 시적인 화법 안에서 가장 깊은 신비의 우물을 모두 퍼내어 썼습니다. 그는 가파른 오르막에서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그리고 결코 지치지 않는 힘을 시험해 보기 위해 아직까지 구사하지 못하는 외국어를 하나 골랐습니다. 그는 이제 새로워진 요소들 안에서, 프랑스어로 쓰는 시구 안에서 리듬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삶은 인간을 힘차게 부릅니다. 삶이 예술가를 부르는 목소리는 더욱더 압도적입니다. 
- 쓰고, 쓰고, 쓰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