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리쿠 30

불안한 동화

여자들은 순간적인 시선으로 서로의 컨디션이며 근황을 읽는다. 그날 바른 루주와 거울을 보는 눈초리로, 또 옷을 벗는 모습과 싱크대에 놓인 컵의 위치로. 최근에 비로소 깨달았지만, 내게는 ‘행복해지고 싶다’는 욕망이 남들보다 부족한 것 같다. 유학과 결혼, 이 두가지는 결국 같은 것이다. 둘 다 사회든 남성이든 누군가에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하고, 그것으로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그러니 근본적으로 뿌리가 같은 욕망이다. 온다 리쿠의 책 중에서 가장 쉽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 여태까지 읽었던 소설들은 반전에 매번 깜짝 놀랐잖아 뭐, 이 소설도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 깔끔한 표현들 덕에 상상하기도 즐거웠고, 이해하기도 쉬웠다. 내가 머리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말들이 소설 속에 쓰여있는 걸 보면, ..

한밤의 도서관 2008.07.21

클레오파트라의 꿈

"그래요. 요즘은 누구든지 드라마틱한 인생을 추구하죠. 다들 주제파악을 못한다니까, 이게 다 재미도 없고 저질스러운 트렌디 드라마 때문이에요. 남들하고 똑같은 인생을 사는 걸 지상명령으로 삼고 살아온 일본 사람들한테 그런 드라마틱한 사랑과 인생이 쉽게 찾아올 리 없잖아요. 안그래요?" 다른 사람의 고민은 알 수가 없다.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막한 어둠. 이렇게 어둠 속에 가만히 누워 있을 때마다 실은 내 몸은 어둠 속에 이대로 누워 있었고, 지금까지 나는 인생이나 현실이라는 꿈을 꾸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의혹이 들었다. 호접몽이다. 문득 예전에 어디서 읽었던 단편이 생각났다. 세상의 많은 곳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어디선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는데, 실은 그 군중은 늘 같..

한밤의 도서관 2008.07.21

유지니아

논픽션? 난 그 말 싫어요.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고 주장해도, 사람이 쓴 것 중에 논픽션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저 눈에 보이는 픽션이 있을 뿐이죠, 눈에 보이는 것조차 거짓말을 해요. 귀에 들리는 것도, 손에 만져지는 것도. 존재하는 허구와 존재하지 않는 허구, 그 정도 차이라고 생각해요. 1. 바다에서 온 것 中 저희는 살아가기 위해서는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편이 낫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어요. 전학생은 튀면 안 됩니다.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전부터 있었던 것 같은 얼굴을 해야 합니다. '보이는' 사람이 짊어지는 위험 부담이 무서운 거죠. 그러니까 반대로 자기를 타인하고 차별화 하고 싶은 사람은 남들 눈에 '보이고' 싶어 합니다. 6. 보이지 않는 사람 中 애들은 어른이 자기한테 시간을 아끼..

한밤의 도서관 2008.07.21

밤의 피크닉

그런 힘은 있다고 생각해 보행제라는거.. 말하지 못했던 걸 말할 수 있는 힘 같은 거 말야. OST 中 -フタリ 夜のピクニック [밤의 피크닉] 2006 • 감독 : 나가사와 마사히코 • 원작 : 온다 리쿠 • 출연 : 타베 미카코, 이시다 타쿠야, 카쿠 토모히로, 칸지야 시호리, 가토로사 온다 리쿠의 소설이 원작인 [밤의 피크닉] 소설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영화가 기대가 되더라. 주연 배우들은 모르는 배우들인데, (여자애는 최근의 드라마 타로 이야기에서 봐서 익숙해졌다.) 남자 주인공 요거 보면 볼수록 훈남일세. -_"- 책에 있는 모든 내용들을 다 담지 않으면서, 이복 형제인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잘 풀어나갔다고 생각한다. 밤새 걷기만 하는 거지만 보행제 괜찮은 행사인 것 같다. 24시간 8..

먼지쌓인 필름 2008.01.04

삼월은 붉은 구렁을

나는 어렸을 때부터 회전목마를 싫어했다. 어린마음에도 가짜 말에 올라타서 한곳을 빙빙 돌기만 하는 행위가 몹시 굴욕적으로 생각되었던 것이다. 도대체 뭐가 재미있다는 것일까? 회전목마에 올라앉아, 원 바깥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을 볼 때 느끼는 고독. 그 고독은 무엇이었을까? 가족은 자애 어린 눈으로 멀리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 너는 혼자란다, 하고. 너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너는 혼자란다, 하고. 홀로 회전목마를 타는 아이들은 가슴이 쓰라릴 정도로 고독한데도 어째서 모두들 웃고 있는 것일까? 아이들은 가족을 향해 웃어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있다. 자신이 고독을 눈치채기 시작했고, 그것이 이제부터 살아갈 긴 인생의 반려라는 사실을 눈치챘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기 위해서-회전목마 中 온다..

한밤의 도서관 2008.01.03

굽이치는 강가에서

나는 어릴 때부터 영화 속 러브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쓸데없고 지루하고 시시한 장면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또야? 또 저런 짓을 하는 거야? 왜 어른들 영화에는 어김없이 이 장면이 들어가는거지? 게다가 어른들은 하나같이 그런 장면을 좋아하고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소설을 읽어도 마찬가지였다. 조금씩 어른들이 읽는 책에 손대기 시작하면서 거기서도 그런 장면을 맞닥뜨렸다. 이런, 또 그런 장면이네. 이게 줄거리랑 무슨 상관이람? 어째서 항상 이런 장면이 필요하지? 지겨워. 꼭 이런 장면을 끼워넣어야 하나? 이런게 독자 서비스가 되나?어른들은 정말 이런 짓만 하는 걸까?하지만 이날 비로소 나는 러브신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날 본 영화의 제목은 금방 잊어버렸지만 처음으로 내가..

한밤의 도서관 2006.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