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굽이치는 강가에서

uragawa 2006. 12. 26. 20:58

굽이치는 강가에서

나는 어릴 때부터 영화 속 러브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쓸데없고 지루하고 시시한 장면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또야? 또 저런 짓을 하는 거야? 왜 어른들 영화에는 어김없이 이 장면이 들어가는거지? 게다가 어른들은 하나같이 그런 장면을 좋아하고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소설을 읽어도 마찬가지였다. 
조금씩 어른들이 읽는 책에 손대기 시작하면서 거기서도 그런 장면을 맞닥뜨렸다. 이런, 또 그런 장면이네. 이게 줄거리랑 무슨 상관이람? 어째서 항상 이런 장면이 필요하지? 지겨워. 꼭 이런 장면을 끼워넣어야 하나? 이런게 독자 서비스가 되나?어른들은 정말 이런 짓만 하는 걸까?

하지만 이날 비로소 나는 러브신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날 본 영화의 제목은 금방 잊어버렸지만 처음으로 내가 러브신을 납득하고 그것이 인간이 영위하는 삶의 흐름 위에 있다는 점을 이해한 것만은 똑똑히 기억한다. 
- 제1장 개망초 中




음식을 먹는다는 건 때로 허망하고 부끄럽고 서글프다. 사자처럼 한 번 먹으면 한 달 동안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에 몇 번씩 배를 채우기 위해 어김없이 부엌에서 부지런히 움직여 음식을 만들고 입을 벌려 음식을 넣고 우적우적 씹어야 하다니, 얼마나 비참하고 굴욕적인가. 더욱 서글픈 것은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손은 저절로 움직여 남김없이 음식을 집어먹고는 부른 배를 안고 편안해 한다는 것이다. 평소에 제 아무리 점잔빼는 사람이라도 어차피 동물이긴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 제2장 켄타우로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