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75

축제와 예감 (2019)

악보라는 것은 음악이라는 언어의 번역이며 그 이미지의 최대공약수에 지나지 않는다. 연주자는 그 최대공약수에서 작곡가가 생각한 원래 이미지를 짐작하는데, 외국어 번역이 결코 원래 의미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것처럼 작곡가의 이미지와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 가사와 그네 中 숨이 닿을 만큼 가까이 있는데 두 사람이 있는 곳은 아득하게 먼 곳이다. 스포트라이트 속, 찬란한 음악의 나라. 가고 싶다. 나도 저곳에 가고 싶다. 마사루는 그렇게 열망했다. - 하프와 팬플루트 中 스트라디바리나 과르네리처럼 엄청나게 비싼 악기만 주목을 받고, 비싸면 비쌀수록 좋다는 게 세상 사람들의 생각이지만 악기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분명 명기라 불리는 악기는 존재하고 연주해보면 굉장히 실력이 좋아진 것처럼 느껴지는 훌륭한..

한밤의 도서관 2022.05.17

마호로 역 광시곡 (2013)

기억을 더듬어 죽은 이의 존재를 불러 깨우는 것은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잃었다고 생각한 행복한 시간이 되살아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죽은 사람과는 두 번 다시 얘기를 나누지 못하고, 만지지도 못하고, 무언가를 해주지도 받지도 못한다. 그런 죽음의 잔혹함에 싸우다 죽은 이를 단순한 죽은 이로 하지 않기 위한, 단 하나의 방법. 살아 있는 사람이 계속 기억하는 것. 비밀은 복잡한 직물에 생긴 보풀같은 것이다. 아무리 정성껏 아름다운 무늬를 짰다고 해도 작은 보풀 하나가 걸리면 실은 한 없이 풀어진다. "중요한 건 말이야. 제정신으로 있는 거야.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끌려가지 말고 너무 기대하지도 말고, 늘 자기의 정신 상태를 의심해보는 거야." "정신 상태?" "그래, 옳다고 느끼는 걸 한다. 하지만 옳다고 느..

한밤의 도서관 2022.03.12

마호로 역 번지 없는 땅 (2009)

아무리 탄탄하게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겨도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질 때가 있다. 계량기 바늘은 측정 불가능을 가리키고, 별이 소멸할 때처럼 막대한 에너지가 어두운 공간에 빨려 들어간다. 굵어진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드린다. 실내의 빛이 비쳐 은색 테두리가 생긴 물방울이 다다에게는 어떤 보석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배고파.” 교텐이 말했다. - 반짝거리는 돌 계란말이를 하고 전갱이를 구웠다. 된장국에는…… 버섯이 있었던가. 그리고 두부를 넣는 게 좋을까. 어젯밤에 예약해둔 전기밥솥이 마침 밥이 다 됐다고 알렸다. 좋았어, 현미밥도 지어졌고 다음은 시금치무침을 하고, 색이 좀 칙칙하니 토마토라도 썰자. 마호로 시민이 마호로 역 앞에 오는 것을 ‘마호로에 간다’라고 표현하는 건 어째서일까. 자기가 사는 곳도..

한밤의 도서관 2022.03.11

마술 피리

“한스. 자네더러 평소에 책을 많이 읽으라는 건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라는 뜻이야.” 더보기 마술피리 - 동화 속 범죄사건 추리 파일 魔笛(2020) 아니 선생님 책 은근히 출판 잘 되는구먼? ㅋㅋ [ 1장 잭과 콩나무 살인사건 ] 추리 순한 맛 전개될 내용이 예상되니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 2장 푸른 수염의 밀실 ] 추리 중간 맛 여기까지도 대충 줄거리가 예상이 되니 흥미가 떨어짐. 지난번 책도 약간 실망했었는데? 란 생각이 떠오르면서 일단 읽는다 [ 3장 하멜른의 마술 피리 아동 유괴사건 ] 음... 제일 별로인데 제일 길어서 ㅋㅋ 곳통 읽지 말고 그냥 중고책으로 팔까 생각했지만 팬심으로 끝까지 다 읽음 결말까지 오니 읽는데 좀 피곤했다 ㅋㅋㅋ [ 후기, 해설 및 동화에 대해 ] 읽으면서 거..

한밤의 도서관 2021.11.17

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북클럽에 나가는 건 나름대로 일리 있는 생각이었다. 그녀는 독서를 좋아했으니까. 특히 미스터리 장르를. 그건 퍼트리샤가 온 세상이 미스터리인 양 살아가기 때문이라는 카터의 의견에 그녀는 굳이 반발하지 않았다. 『퍼트리샤 캠벨과 일주일 내내 정신줄 잡고 삼시 세끼 만들기의 비밀』 『퍼트리샤 캠벨과 사람을 계속 깨무는 다섯 살 아이 사건』 『퍼트리샤 캠벨과 신문 읽을 시간 내기의 미스터리—아이 둘에 시어머니까지 모두를 입히고 먹이고 집을 치우고 누군가는 강아지의 심장사사충 약을 챙겨야 하는데도 며칠에 한 번씩 머리를 감지 않으면 딸내미가 엄마는 왜 노숙자처럼 생겼느냐고 묻는 현실에서』. ‘여자가 똑똑해져봐야 골치만 더 아프지.’ 그러면서 우리를 비웃고 우리의 관심사는 헤어스타일뿐이라고 생각하죠. 우리 손에 ..

한밤의 도서관 2021.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