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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앳킨스 컬렉션

나는 소품 담당자 로빈 밀러의 책장에서 《캐스트 어웨이》의 윌슨(배구공)을 만난 적이 있다. 나 역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사용된 멘들스 박스 두어 개를 내 작업실에 자랑스럽게 진열해 놓았다. 하지만 세트 데코레이터가 진정한 수집가라서 이런 물건을 몇 서랍씩 보관하지 않는 한, 그래픽 소품 대부분은 보관되지 않는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종이는 특히 고생이 많다. 뜨거운 조명과 배우들의 땀에 젖은 손 때문에 금세 손상 된다. 'MENDL'S'라는 단어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담당했고, 나머지 레터링과 가느다란 줄 세공은 내가 직접 나섰다. 그런데 철자 확인 과정을 세심하게 거치지 않은 바람에 촬영 중반이 되어서야 내가 실수로 'pâtisserie'(파티스리, 제과점이라는 뜻)라는 단어에 't'를 한 번 ..

한밤의 도서관 2020.06.06

늑대의 왕

조수들이 다시 나와 사형수를 묶었다. 회스가 손에 침을 뱉고 도끼를 치켜들었다가 그대로 사형수의 손목에 내리찍자 쩍 소리를 내며 손목이 댕강 잘렸다. 사형수가 고통으로 울부짖는 가운데 조수가 진흙탕에 나뒹구는 손을 집어 들더니 군중을 향해 던져주었다. 참수당한 자의 손가락과 손을 가지고 있으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있었다. 특히 엄지손가락은 도둑이 가지고 있으면 잡히지 않는다고 해서 인기가 많았는데 이 도시에는 도둑이 수도 없이 많았고 다들 미신을 믿었다. 손을 서로 갖겠다고 씨름하던 부랑아들 중 이긴 자가 이 손을 가져가서 토막내어 팔게 될 터였다. "아마 죽음은 사람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찾아오나 봅니다. 제가 마주한 죽음은 검은 아가리를 벌린 텅 빈 심연이었습니다. 죽음이 저를 삼키는 순간, 저는 ..

한밤의 도서관 2020.06.04

북디자인 101

책을 디자인하는 과정에는 두 가지 출발점이 존재한다. 하나는 책의 내부, 즉 본문부터 시작하는 방법과 다른 하나는 책의 외부, 즉 바깥쪽 커버와 제본방식을 고려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방법이다. 북디자인에 관한 책임은 디자이너나 제작자, 인쇄 전문가 또는 서적 제작에 관련된 다른 종류의 일을 하는 사람이 맡을수 있다. 책임을 맡는 이는 우선 글을 읽는 데 능숙해야 하며, 저자의 의도나 예상되는 독자층 그리고 그 글이 어떤 카테고리에 속하게 될지 가능한 한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북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서체다. 서체의 역할은 책의 내용을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글자와 단어의 형태를 그 형태가 지닌 소리와 뜻으로 인식함으로써 읽는다. 즉, 독서란 시선이 글줄을 따라가면서 즉각적..

한밤의 도서관 2020.05.28

미안하다고 말해

“저희 수사본부입니다. 어떻습니까, 교수님?” “독특한데요.” “일부러 가족 같은 분위기로 만들어봤습니다. 같이 마시고, 같이 먹고. 누구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실수가 있었다면 솔직히 고백하고, 의문 제기도 부담 없이 할 수 있죠. 저희 팀은 영국 최고의 사건 해결률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당신들 어머니가 아주 자랑스러워하시겠군. 나는 생각한다. 경감의 건방진 태도가 무척 거슬린다. “성공한 사이코패스라는 이 개념은 의료계에서 자주 잊히거나 무시당합니다. 우리는 사회 주변부를 맴도는 이들만을 연구할 뿐입니다. 중퇴자와 성취도 낮은 사람들. 지적 능력과 야망이 부족한 사람들. 우리들 틈으로 완벽히 파고든 사이코패스들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사..

한밤의 도서관 2020.05.25

Ernest et Célestine

곰과 쥐는 친구가 될 수 없나요? Ernest et Célestine Ernest & Celestine,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2012) 감독: 뱅상 파타, 스테판 오비에, 벵자맹 레네 원작: 가브리엘 뱅상 출연: 램버트 윌슨, 폴린 브루너, 앤-마리 루프, 도미니크 모린, 페도르 아킨, 빈센트 그라스 더보기 나는 왜 이 영화를 이제 알았나!!!!!! + 셀레스틴 귀여워서 빠져든다. 집중해서 보는데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버렸다고 ㅜㅜ ++ 어린 쥐들한테 곰에 대한 공포감을 심어주고 나중에 치과의사로 자라게 하기 위해 곰의 치아를 가져오게 시키는데 내가 이런 애니메이션에서까지ㅋㅋ 치아의 소중함?을 알아야 되나 곳통!!! 얘들아 다들 양치질 잘하자 ㅋㅋㅋㅋㅋ +++ 사탕가게를 하는 곰 아빠와 상한 치아를 대..

먼지쌓인 필름 2020.05.24

Playmobil: The Movie

Playmobil: The Movie 플레이모빌: 더 무비 (2019) 감독: 리노 디살보 출연: 안야 테일러 조이, 짐 개피건, 가브리엘 베이트먼, 다니엘 래드클리프, 아담 램버트 더보기 개봉 당시 상영관이 적고 시간이 애매해 게으름 피우다 상영이 종료되었는데 영화관에서 안 본 나를 칭찬하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우 많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 시작하자마자 배우들이 나와서 띠용 됨. 이거 애니메이션 아닌가요????????? 트러블이 있었던 남매가 화해하는 계기로 플레이모빌을 연결해도 될 것을 부모님을 사고로 하늘나라에 보내버리넼ㅋㅋㅋㅋㅋㅋ + 자신의 몸이 플레이모빌로 바뀌어서 당황할 때 요 장면만 딱 재미있었음. ++ 플레이 모빌 캐릭터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 걸까 여행 여..

먼지쌓인 필름 2020.05.17

Amanda

Amanda 쁘띠 아만다 (2019) 감독: 미카엘 허스 각본: 모 아멜린, 미카엘 허스 출연: 뱅상 라코스테, 이조르 뮐트리에, 스테이시 마틴, 오펠리아 콜브 더보기 [당갈] 보려고 했는데, 러닝타임 길어서 포기하고 선택한 [쁘띠 아만다] 엄마가 약속 있어서 나갈 때 아만다가 '올 때 치즈 타르트' 해서 아니 뭐냐고 '올 때 메로나도' 아니고 ㅋㅋㅋㅋㅋㅋㅋㅋ 하면서 웃었는데 전개되는 내용 보고 마음이 찢어짐... ㅠㅠㅠㅠㅠㅠ + 서로를 의지하는 삼촌과 조카 아만다가 연기를 진짜로 잘하더라 첫 연기라고 함. ++ 발랄한 색감의 국내 포스터보다 영화 속 아만다의 감정이 더 느껴지는 색감이라 이 포스터도 마음에 든다. 에펠탑이 등장하지 않는 프랑스 영화라니,

먼지쌓인 필름 2020.05.11

ママ、ごはんまだ?

이별을 겪고 나서야 그 사람의 은혜와 사랑을 알 수 있다 ママ、ごはんまだ? What's for dinner, Mom?, 엄마의 레시피(2016) 감독: 시라하 미츠히토 원작: 히토토 타에 출연: 카와이 미치코, 키나미 하루카, 후지모토 이즈미, 오붕붕, 코모토 마사히로, 니시나 타카시 더보기 속지? 마십시오 밝은 요리 영화 아닙니다...... 영화 컬러 톤이 내내 어두운데 음식 나오는 장면도 밝지 않아...... 한국어 제목은 [엄마의 레시피]라 말랑말랑한 영화인 줄 알았는데 원 제목을 보니 [엄마 밥 아직 멀었어?] 뉘앙스가 '엄마는 밥 하는 기계'로 읽혀 기분이 좋지 않았음. (큰 딸이 배고픔을 느끼고 '엄마 밥은?' 물어보는 장면이 나오긴 했지만 난 벌써 기분이 상했어.) + 영화 초반 엄마 아빠 ..

먼지쌓인 필름 2020.05.10

정직한 후보

정직한 후보 HONEST CANDIDATE (2020) 감독: 장유정 출연: 라미란, 김무열, 나문희, 윤경호, 송영창, 손종학, 온주완, 조한철, 조수향, 윤세아, 김용림, 장동주 더보기 영화관에서 보고 싶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가지도 못하고 이걸! 왜! 이제야! 보게되었습니깤!!!!!!! 아 너무 웃기다. 부부끼리 뽀뽀하고 그러는 거 아니라고 할 때랑 나문희 할머니 가운데 손가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심 느껴져서 웃겨 남편 9찌 티셔츠 입고 밥 먹을 때도 너무 웃겼고 진짜 거짓말 못할 때 배 찢어질 뻔했엉. 주상숙이 아닌 다른 (남자 말고) 여 후보가 당선되는 결말, 조금 마음에 들었다. (코로나 아니었으면 좀 더 흥행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 포스터 열일한다.

먼지쌓인 필름 2020.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