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816

셰이프 오브 워터

엘라이자는 일평생을 사각지대에서 살았다. 세상은 그녀를 주목하지 않았다. 그녀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은 세상 모두를 놀라게 할, 무기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엘라이자, 인생은 그런 거야. 별 의미 없는 것들을 이것저것 짜깁기를 해서 의미를 부여하거나, 우리 입맛에 맞는 상상을 만들어 내 공허한 속을 채운다고. 이해가 돼? 오, 세상에! 스트릭랜드는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한국에 돌아와 있었다. 한국에서 호이트의 임무는 남쪽으로 피난하는 수백만 명의 한국인을 돕는 것이었다. 당시 스트릭랜드는 호이트의 보좌를 맡고 있었고 맥아더 장군의 명령으로 부대가 집결해 있던 영동이라는 곳에 있었다. 호이트는 그곳에서 스트릭랜드의 멱살을 쥐고 트럭을 가리키며 운전하라고 명령했다. 푹푹 찌는 날씨에 쏟아지..

한밤의 도서관 2021.04.16

40세, 미혼출산

나는 스무 살 때, 마흔 전후의 여자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십대 여자와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초등학생이 보더라도 그렇게 느낄 것이다. 동물적 직감은 소박하고 단순하다. 그것이 본래의 정직한 피부감각이다. 마흔 살 전후의 여자가 그때까지 사랑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옛날의 나는 어떻게 느꼈을까. 닭살이 돋았을 것이다. 시골 노인들의 생각에는 격세지감이 있어서 불쾌감이 드는 일이 많았다. 낡은 생각을 가진 인간들과는 정면으로 부딪쳐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이 나이가 되도록 뼈저리게 느껴왔다. 그래서 반박하지 않는다. 아아, 이 눈빛이다. 고향의 술집에서 만났을 때도 느꼈지만 그때보다 더욱 중년 남자의 변태도가 증가했다. ‘중년 남자의 변태도’라는 말은 동기인 나미가 이십 ..

한밤의 도서관 2021.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