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의야회 3

세번째 제물의 야회

절망이란 자신이 변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누군가 타인의 손에 생사여탈권이 쥐어진 채, 자신에게는 자기 자신도 환경도 바꿀 힘이 무엇 하나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오늘과 같은 내일이 계속 온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것이다. 2월의 비에는 물독을 쏟아 붓는 것 같은 격심함은 없었지만, 유리가루처럼 차가운 작은 물방울들이 북풍에 밀려와 오코우치의 볼이나 손바닥에 달라붙었다. -난관 中 소중한 것은 지속되지 않아. 지속이란 오히려 무참한 것이지. 거기에 무엇 하나 깃들지 않는다. 지속되는 가운데 사람은 멸시당하고 평범함으로 떨어지지. 무리지어 모이고 분류되어 누군가와 같은 얼굴로 계속 살아가기를 강요받아. 너도 알겠지. 다만 지속될 뿐인 생은 기만에 가득차고 그것이 부정을 불러와 인간을 보신에 얽매이게 해...

한밤의 도서관 2014.05.12

두번째 제물의 야회

낙원이란 대체 어딜까. 그는 푸르스름한 달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런 곳이 세상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미안하군. 당신의 능력을 인정하고 이번에도 잘해줬어. 하지만 사정이 좀 변해서 말이야. 이런 식으로 할 수밖에 없게 됐네.”까닭 없는우월감을 품은, 골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아니, 까닭이 없는 게 아니다. 죽어가는 인간에 대한 산 자의 우월감이다.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도 무서운 건 뭐지?”“고독이야. 바닥을 알 수 없는 고독.” -결단 中 문제는 두 가지, 이렇게 자신을 몰아가는 방향이 올바른가 어떤가, 그리고 몰아간 끝에 있는 인간을 정말로 비난하고 싶은가 하는 것이었다. -통곡 中 사람은 허망하게 죽는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누군가에게 살해되어 자신의 인생을 마쳐야만 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갑자기 ..

한밤의 도서관 2012.03.21

제물의 야회

사람은 사람의 몸을 보았을 때 무의식적으로 완전한 형태를 상상한다. 그런 습관이 한순간 오코우치에게 천장을 보고 누운 여자의 양손이 다 바닥 속으로 빠져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했다. - 살인 中 사회에는 이물(異物)을 배제하는 습성이 있다. 배제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주위와 똑같이 생활하고 비슷한 가치관을 몸에 두르고 자신을 많은 사람들 속에 매몰시켜둘 필요가 있다. 그것이 살아가는 것이다.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무서운 물음인데도 왠지 그 꿈을 꿀 때마다 달콤하고 매력적인 향기가 따라온다. 죽음이란 그렇게 아무도 없는 바다에 혼자 가라앉아가는 듯한 것일까.- 접촉 中 그는 흘끗 시계를 보았다. 5시 34분. 정확히 척척 일을 끝내고 싶다. 일이란 그런 것이다. - 결단 中 “오코우치 씨는 주필리아(zo..

한밤의 도서관 2011.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