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이란 자신이 변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누군가 타인의 손에 생사여탈권이 쥐어진 채, 자신에게는 자기 자신도 환경도 바꿀 힘이 무엇 하나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오늘과 같은 내일이 계속 온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것이다. 2월의 비에는 물독을 쏟아 붓는 것 같은 격심함은 없었지만, 유리가루처럼 차가운 작은 물방울들이 북풍에 밀려와 오코우치의 볼이나 손바닥에 달라붙었다. -난관 中 소중한 것은 지속되지 않아. 지속이란 오히려 무참한 것이지. 거기에 무엇 하나 깃들지 않는다. 지속되는 가운데 사람은 멸시당하고 평범함으로 떨어지지. 무리지어 모이고 분류되어 누군가와 같은 얼굴로 계속 살아가기를 강요받아. 너도 알겠지. 다만 지속될 뿐인 생은 기만에 가득차고 그것이 부정을 불러와 인간을 보신에 얽매이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