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과학 12

치킨에는 진화의 역사가 있다

꿩과 중에서도 닭은 특히 날지 않는 새다. 식용으로 사육하기 쉽도록 품종개량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살이 많을수록 칭찬을 받는다. 하늘로 날아올라 도망치지 않을수록 칭찬을 받는다. 칭찬을 받으며 닭장 속에서 자란 그들은 체중을 불리며 날지 않을 미래를 향해 오늘도 걷는다. 즉 이런 점에서 닭은 지극히 조류답지 않은 특징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닭의 조상인 적색야계는 그 이름처럼 적갈색이다. 그 흔적은 토종닭의 모습에서 볼 수 있다. 나는 데 소질이 없는 꿩과는 일단 포식자에게 발견되면 목숨을 잃을 위험성이 크다. 그런 그들이 단번에 눈에 띄는 새하얀 자태로 태평하게 돌아다닌다면 브루스 윌리스도 경악할 스릴과 서스펜스의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 때문에 꿩과는 위장색이 진화했다. 포식자의 눈을 피해..

한밤의 도서관 2021.02.15

아는 척에 딱 좋은 단위, 원소, 수식

미터 meter 빛이 진공 속에서 2억 9979만 2458분의 1초 동안 이동한 길이. : 미터는 1799년에 태어난 단위이다. 자오선의 길이를 측정하여 그것의 1/40000만으로 정했다. (6년의 세월이 걸림. 도중에 도둑을 만나는 등 고난을 겪음.) 캐럿 carat 1ct=200mg : 아프리카의 습관이 퍼진 것 보석 무게로 친숙한 단위인 은 로커스트 콩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콩은 무게가 균질해서 거의 200밀리그램이다. 값비싼 보석의 아주 작은 무게를 재는 아프리카의 습관을 아라비아 상인들이 받아들여서 거래한 방법이 널리 퍼진 것으로 여겨진다. 일 day 1일=86,400초 : 평균을 구해서 결정된다 86,400초, 이것이 하루의 정확한 길이다. 이것은 지구가 1회전하는 시간일까? 아니, 그렇지..

한밤의 도서관 2019.12.29

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

엽산 저장량이 부족한 정자도 선천성 기형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 엽산은 수용성비타민의 일종으로 DNA 합성과 세포분열 등에 관여하는데, 가임기 여성이 엽산을 먹지 않으면 태아 척추 이분증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가임기 남성이 엽산을 먹지 않아도 문제가 발생한다.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엽산을 먹지 않은 수컷의 2세가 엽산을 많이 먹은 수컷의 2세에 비해 선천성 결손 발생 비율이 30%가량 높게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 엽산을 많이 먹은 남성들(섭취량 상위 25%)은 정자 염색체 수가 비정상일 위험이 대조군보다 20~30% 낮았다. 이론적으로 마지막 생리 시작일을 임신 0주차 0일로 본다. 흔히 열 달간 아이를 품는다고들 하지만, 인간의 임신 기간은 열 달이 채 안되는 40주(..

한밤의 도서관 2019.10.13

모든 것은 그 자리에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박물관을 좋아했다. 박물관들은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세상의 질서를 (생생하고 구체적이지만 정돈된 형태의) 축소판으로 보여주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내가 식물원과 동물원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와 마찬가지다. 식물원과 동물원은 자연을 보여주되, 일목요연하게 분류된 자연, 즉 생명의 분류체계taxonomy를 보여준다. 책에는 아쉽게도 실물은 없고 단어만 존재하지만, 박물관은 실물을 조목조목 배열함으로써 ‘자연의 책book of nature’이라는 경이로운 메타포를 구현한다. 우리 모두에게도 라부아지에와 같은 인물―평생 동안 함께할 자아이상ego ideal◆◆이 필요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늘날 나와 대화하는 젊은 과학자 친구들 중에는 데이비를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심..

한밤의 도서관 2019.08.22

온 더 무브

결국 내 성 정체성은 남이 상관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고, 비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떠들고 다닐 일도 아니지 않은가.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 에릭 콘과 조너선 밀러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이 주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조너선은 나를 ‘무성애자’로 여긴다고 말했다. 나를 특히 매혹시킨 것은 감각기관의 생리학이었다. 우리는 어떻게 색과 입체감과 움직임을 보는가? 어떻게 어떤 것을 알아보는가? 우리는 어떻게 이 세계를 시각적으로 이해하는가? 나는 시각편두통을 겪으면서 일찌감치 이런 의문을 품어왔다. 눈부신 지그재그 모양이 나타나는 전조aura 증상 말고도 편두통이 일어나는 동안 색이나 입체감이나 움직임을 지각하는 능력을 상실했고, 심지어 어떤 것을 알아보는 능력까지 상실했기 때문이다. 시력이 ..

한밤의 도서관 2019.07.27

실은 나도 과학이 알고 싶었어 2

사람들은 신문을 오려 스크랩북에 모으곤 한다. 주로 부고나 수상 소식, 중요한 사건 등이다. 하지만 몇 년 지나면, 신문 기사가 엉망으로 변질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산과 리그닌이 없는 종이에 신문을 복사하는 거다. 일반 필기용 종이도 좋다. 신문지를 오려서 스크랩북에 풀로 붙이는 것보다는 훨씬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뻔한 질문이 떠오른다. 양자 역학의 이점은 뭘까? 많은 현대 기술이 양자 역학에 기초한다. 레이저, 트랜지스터, 마이크로칩, LED, MRI, 전자 현미경, USB 메모리 원자를 쪼개면 어떻게 될까?원자를 쪼개면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 과정을 핵분열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 원자나 핵분열을 하지는 않는다. 핵분열은 적합한 원자를 선택해야 하는데, 핵발전이나 핵폭탄 제작에 사용하려면 ..

한밤의 도서관 2019.04.30

실은 나도 과학이 알고 싶었어 1

치아 교정기는 어떻게 이를 바르게 만들까?치아 교정기는 두 가지 결과를 낳는다. 첫 번째로 아이의 이를 곧게 만들고, 두 번째로 부모가 치료비 때문에 투잡을 뛰게 한다! 흔한 오해와는 달리, 손톱은 사람이 죽은 뒤에는 자라지 않는다. 단지 손톱 주변의 살과 피부가 쪼그라들어 손톱이 긴 것처럼 보일 뿐이다. 케라틴은 두 개의 노벨상 수장자인 라이너스 폴링이 처음 언급했다. 그는 양자물리학을 화학 결합에 적용해 노벨 화학상을 받았고, 핵무기 확산에 반대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극심한 추위에서는 몸을 건조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얼음이 깨져 물에 빠지는 등의 사고로 몸이 젖으면, 체온을 평소보다 25배 더 많이 빼앗긴다. 위스콘신대 천연자원학과의 어류생물학자인 워런 처칠은 '최악의 저체온증을 겪고 살아남..

한밤의 도서관 2019.04.13

모든 것의 시작에 대한 짧고 확실한 지식

공간, 물질 그리고 시간은 분리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우주론에서 이 세 가지는 함께 등장합니다. 우주의 기원이 있다면 그것은 곧 시간의 기원입니다. 그러므로 ‘그 이전’은 없습니다. 망원경은 일종의 타임머신, 즉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계입니다. 역사학자들은 절대 고대 로마를 관찰할 수 없지만, 천체물리학자들은 정말로 과거를 볼 수 있고 과거의 모습 그대로 별들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오리온 성운을 로마 제국 말기 때 모습으로 보고 있습니다.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는 200만 년이나 오래된 이미지 입니다. 만약 안드로메다의 거주자가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별을 바라본다면, 그들도 마찬가지로 그만큼 간격을 두고 우리 별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행성 지구가 0시에 출현했다고 가..

한밤의 도서관 2019.03.07

색맹의 섬

색맹은 푸르와 핀지랩 두 곳에서 한 세기 이상 존재했으며 두 섬 다 각종 유전자 연구의 주제가 되어왔으나, 그곳 사람들에 관한 인간적 (말하자면, 웰스식의) 탐구며 색맹 사회에서 색맹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러니까 자기만 완전히 색을 못 보는 것이 아니라 색맹 부모와 조부모, 색맹 이웃, 선생님까지도 색맹인 곳. 색에 대한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그 대신 다른 형태의 지각 능력, 다른 형태의 관찰력이 증폭 돼 발달한 문화의 일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에 관한 연구는 전혀 없었다. 암초 아래에서 아이들이 벌써 헤엄치며 놀고 있는데 아이는 이제 갓 걸음마를 덴 아기이지만 산호가 뾰족뾰족 솟아 있는 물 속으로 겁 없이 뛰어 들면서 신나서 빽빽 고함을 질러댄다. 색맹 꼬마 두세명도 물속으로 뛰어들어..

한밤의 도서관 2018.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