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품 담당자 로빈 밀러의 책장에서 《캐스트 어웨이》의 윌슨(배구공)을 만난 적이 있다. 나 역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사용된 멘들스 박스 두어 개를 내 작업실에 자랑스럽게 진열해 놓았다. 하지만 세트 데코레이터가 진정한 수집가라서 이런 물건을 몇 서랍씩 보관하지 않는 한, 그래픽 소품 대부분은 보관되지 않는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종이는 특히 고생이 많다. 뜨거운 조명과 배우들의 땀에 젖은 손 때문에 금세 손상 된다. 'MENDL'S'라는 단어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담당했고, 나머지 레터링과 가느다란 줄 세공은 내가 직접 나섰다. 그런데 철자 확인 과정을 세심하게 거치지 않은 바람에 촬영 중반이 되어서야 내가 실수로 'pâtisserie'(파티스리, 제과점이라는 뜻)라는 단어에 't'를 한 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