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소설 4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

범죄소설 작가는 유쾌하지 못한 재주 탓에 작품마다 적어도 한 명은 욕을 얻어먹어도 싼 인물을 창조할 의무가 있으며, 이따금 착한 사람의 공간을 침범한 피비린내 나는 범죄행각을 불가피하게 그려야 할 때도 있다. 리밍이 코델리아의 기차표를 샀고 수하물 보관소에서 휴대용 타자기와 서류가방을 찾아오더니 일등석 열차를 향해 앞장서 걸었다. “나는 기차에서 할 일이 있어요. 혹시 읽을거리라도 있나요?” “괜찮아요. 저도 여행 중에 얘기 나누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토머스 하디의 《트럼펫 주자》도 갖고 있고요. 가방에 늘 페이퍼백 한 권은 넣고 다니거든요.” 인간이란 얼마나 변덕스러우면서도 흥미로운 존재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왜 젊음을 질투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거든요. 젊음은 특권의 문제가..

한밤의 도서관 2020.08.20

고독한 늑대의 피

오가미와 히오카는 가코무라구미 사무소 주변에서 신도 방문을 하고 있었다. 경찰에서 말하는 ‘신도檀家’란 사건 관련 정보를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일반 시민을 가리킨다. 신도 방문과 통상적인 탐문의 차이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사건처럼 보이는 일이나 사건으로 연결될 만한 일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다는 점이다. 신도는 주유소 종업원, 현지의 개인 상점 주인, 커피숍 주인 등 다양하다. “폭력단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아. 인간은 말이지, 밥을 먹으면 똥을 눠야 해. 밑을 닦을 휴지가 필요하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폭력단은 화장실 휴지 같은 거야.” “그런데 왜 나와시로들은 시체를 섬에 묻었을까요?” 눈앞에 나타난 아카마쓰 섬의 그림자를 응시하면서 오가미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드럼통..

한밤의 도서관 2020.03.20

미스테리아 17호

악마는 개념어가 아니라 디테일에 숨어 있다. 이미 죽은 사람의 생전을 글로 재구성해 세상에 내놓는 일은 낯 모르는 이의 장례를 함께 치르는 과정이어야 한다. “사람 사냥을 사명으로 삼는 사람은 그 일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져요. 어떻게 처리했는지, 얼마나 개판이었는지, 사람 죽이는 건 쉽지 않아요. 심신이 얼마나 힘든지 남들은 몰라요.” 사회가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느꼈을 때의 공포는 ‘정상인’을 즉각 타락시킨다. 이소설에 따르면 당신이 ‘보통 사람’일 수 있었던 건 그 동안 운이 좋아서였을 뿐이다. -나카야마 시치리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치아의 마모도와 세 번째 어금니인 사랑니의 형태와 성숙도를 관찰하는 것이다. 법의치과학을 연구한 치과 의사만이 이 검사를 할 수 있다(한국에는 불과 네 명만..

한밤의 도서관 2018.04.23

로재나

“사색에 빠지지마. 그러면 사기가 꺾여.” “사기가 꺽여?” “그래, 생각해 봐. 시간이 넘치는 사람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것들을 잔뜩 몽상해내는지. 지나친 사색은 비능률의 어머니야.” 미스테리아 매거진에서 보고 체크해 두었던 책. 북유럽 소설은 이름이 너무 어려워 힘든데, 이 책은 이름이 하나도 안 헷갈림! (책이 얇아서 안 쉬고 읽어서 그런 것 같음. ㅋㅋㅋ) 최고였다 핸드폰 없는 옛날 배경인 거 빼고, 배를 타고 여행했던 사람이 죽어버린 거라, 배에 탔던 모든 사람들이 범인 후보다. 라고 시작하는 것부터 지림. 게다가 국적도 여러 군데얔ㅋㅋㅋㅋ 국내 최초 출간이라서, 포장도 되어있고, 엽서랑 메모지도 줬다. 다른 시리즈도 기대된다.

한밤의 도서관 2017.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