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고독한 늑대의 피

uragawa 2020. 3. 20. 20:10

오가미와 히오카는 가코무라구미 사무소 주변에서 신도 방문을 하고 있었다. 경찰에서 말하는 ‘신도檀家’란 사건 관련 정보를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일반 시민을 가리킨다. 신도 방문과 통상적인 탐문의 차이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사건처럼 보이는 일이나 사건으로 연결될 만한 일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다는 점이다. 신도는 주유소 종업원, 현지의 개인 상점 주인, 커피숍 주인 등 다양하다.



“폭력단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아. 인간은 말이지, 밥을 먹으면 똥을 눠야 해. 밑을 닦을 휴지가 필요하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폭력단은 화장실 휴지 같은 거야.”



“그런데 왜 나와시로들은 시체를 섬에 묻었을까요?” 눈앞에 나타난 아카마쓰 섬의 그림자를 응시하면서 오가미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드럼통에 시체를 넣고 콘크리트를 채우면 몇 킬로그램쯤 되는지 알아? 200킬로그램은 가뿐하게 넘어. 성인 남자 두세 명이 달라붙어도 쩔쩔맬 만한 무게지. 그걸 배에 실으려고만 해도 녹초가 돼. 까딱 잘못하면 바다에 투기하려다가 배가 뒤집힐 수도 있어.” 히오카는 부두에서 굴려서 바다에 빠뜨리면 간단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부두 근처는 데이트족의 메카야. 차를 세워놓고 열심히 볼일을 보는 커플들 천지라고.” 손바닥으로 바람을 막으며 담뱃불을 붙이고 나서 오가미는 말을 계속했다. “콘크리트를 채운 드럼통을 바다에 빠뜨릴 때 나는 엄청난 소리 때문에 목격될 우려도 있어. 블록을 매달아서 바다에 빠뜨려도 끈이나 사슬이 벗겨져서 시체가 떠오를 수도 있고, 어선의 그물에 걸리기도 하지. 가장 좋은 건…….” 오가미가 불쾌한 얼굴로 바닥에 침을 뱉었다. “갈아서 바다에 뿌려 물고기 밥이 되게 하는 거야. 아마 고기 가는 기계를 못 구한 거겠지.”



“전에도 범인이 시신의 목을 잘라서 몸통과 따로 묻은 사건이 있었어.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함께 묻으면 머리와 몸통이 붙어 되살아날 것 같아서 따로 묻었다는 거야. 살인자는 의외로 미신에 약해.” 삼류 호러 영화도 아니고 목이 잘린 시체가 어떻게 되살아난단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왠지 살인자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노트를 펼치고 자신이 지금까지 기록한 일지를 읽기 시작했다. 히오카는 펜 뚜껑을 열고 노트에 죽죽 줄을 그었다. 배속 첫날부터 오늘까지 자신이 작성한 기록의 일부를 펜으로 덧칠해서 지웠다. 페이지를 넘기며 신들린 듯 펜을 움직이던 히오카는 오가미의 장례식이 있었던 오늘 날짜에 이르자 펜 뚜껑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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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늑대의 피
孤狼の血(2015)



처음 보는 작가의 책.
기억은 정확히 안 나는데
서점 장바구니에 있어서 전자책이 있나 찾아보다
전자책도 장바구니에 한참동안 있었는데,
리디에서 저렴하게 대여하길래 드 디 어 읽게 되었다!



읽기 시작하자마자 오글오글미...
(장면들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겠구나 할 만큼 오글오글 ㅋㅋ
개인적으로는 현실감 좀 떨어지는 느낌.)



오랜만에 읽는 추리소설 다운 추리소설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분량도 최고였고, 읽는 내내 속도가 붙어서 ㅎㅎ
다른 생각 안 하고 열심히 책 읽음.



+
히로시마가 배경이라 피폭 관련 이야기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나왔다.

“오빠 분은 본적이 히로시마 시로 되어 있는데 본가입니까?” 준코가 눈을 내리뜬 채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 대부터 살던 집이에요. 가이다 근처인데 예전 집이 원폭에 무너져서 전쟁이 끝나고 할아버지가 새로 지었어요.” 할아버지는 준코가 열 살 때, 아버지는 스무 살 때 돌아가셨다. 두 사람 다 피폭 후유증을 앓았다.



++
아니 야쿠자를 뭘 또 이렇게 긍정적으로 포장해... ㅉㅉ

한 번밖에 만난 적이 없지만 면회실 의자에 앉은 오다니의 모습에서는 돈이나 지위에 대한 집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깨끗이 물러날 줄 아는 미덕을 갖춘 인물로 보였다. 그래도 민간인이든 야쿠자든 현역에서 물러날 때의 허전함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일선에서 물러나는 노병 같은 쓸쓸함을 느끼지 않을까? 



+++

고독한 늑대의 피의 배경이 되는 1988년은 야쿠자 조직들이 한창 팽창하던 시기로, 
말하자면 야쿠자가 가장 야쿠자다웠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한다...



근데 읽으면서도 우리나라 책 표지 무슨 일인가 싶을 정도로
내용이랑 연관성이 없어서
일본 표지 찾아보니 너무 찰떡이던데 ㅋㅋㅋ


아오 하드보일드 만세
난 역시 추리 미스터리가 취향이얔

이거 영화도 보고 싶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