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친척을 두 배로 늘리고, 짐을 두 배로 늘리고, 싸움을 네 배로 늘린다. 당연히 책꽂이의 책은 전부 이중으로 꽂혀 있다. 뒤에 있는 책은 보이지 않으니 분명히 있을 책이 걸핏하면 행방불명되는 바람에, 아내에게는 시침 뚝 떼고 똑같은 책을 또 샀다. 하지만 그런 나쁜 짓은 물론 들키게 돼 있다. 도대체가 책의 형태가 문제다. 네모나고, 쌓기 편하고, 게다가 썩지 않는다. 임시로 한 권을 책 탑 위에 대충 올려놓는다. 이게 그 뒤의 행방불명과 붕괴로 이어진다. 가나와 함께 살게 된 아버지는 아침 일찍 청소와 빨래를 시작해 오전 중으로 집을 구석구석 깨끗이 치우고 나면, 전철을 갈아타고 경로 우대 할인이 되는 영화를 보러 가거나 백화점 국숫집에서 점심을 먹거나(가나를 우연히 만난 국숫집을 처음 발견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