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코노이야기 3

엔드게임

그리운 학생 시절의 감각. 이런 시절도 있었다. 세계는 단순하고, 눈앞에는 미래가 펼쳐져 있었다. 자기는 젊고 총명하고 매력적이며, 그런 자기를 기다리는 것은 틀림없이 빛나는 미래일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이 넘치고 있었다. 그리운 어리석음. 사랑스러운 어리석음. 실제 세계는 모순과 타협, 곤란과 좌절로 가득하건만. 기묘한 기분이었다. 초조감과 긴박감은 있는데, 왜 그런지 마음은 무척 차분했다. 이 세계는 어차피 이미 종반에 접어들었다. 나는 그것을 마지막까지 지켜보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에 불과하다. 언제부터 이런 얼굴을 하게 됐을까. 마치 죽은 사람 같은 눈이다. 유리 너머에 또 하나의 세계가 있어, 그쪽에 사는 에이코는 몹시 고통스러워 보인다. 이쪽에 있는 나는 이렇게 행복하고 만족하고 있는데. 드..

한밤의 도서관 2013.02.05

민들레 공책

자기가 행복했던 시기는 그 당시에는 모르는 법입니다. 이렇게 과거를 돌아보고 처음으로 아아, 그때가 그랬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인생은 수많은 돌멩이를 주워 짊어지고 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계절이 지나간 뒤에, 지친 손으로 바구니를 내려놓고 지금까지 주운 돌멩이를 살펴보면 그중에서 몇 개인가 작은 보석처럼 빛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에게는 그 몇 번의 계절. 그 저택에서 보낸 계절이 그 보석이었습니다. -창가의 기억 中 “사람은 자기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은 걱정하지 않는 법이야. 자기가 손에 넣었다가 잃을지도 모르는 것.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먼저 손에 넣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걱정하지. 지금 세계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명확하지 않나.” -빨간 연 中 저..

한밤의 도서관 2013.02.04

빛의 제국

복 받은 사람은 종종 오만하다. 복 받은 상태가 당연한 상태이기 때문에, 하나라도 빠졌을 때 맨 먼저 느끼는 감정은 노여움이다. 아이코가 집을 나갔을 때도 야스히코가 처음 느낀 것은 불편하게 됐군, 하는 불유쾌한 감정이었다. 시트를 세탁해 줄 여자를 찾아야겠어. 늘 결여된 인간, 늘 달리면서 무언가에 목말라하는 인간이고 싶다.-다루마 산으로 가는 길 中 하고 싶은 대로 이야기를 하게 내버려 둔다. 부하직원들도 바보는 아니라 자신이 실패한 부분, 허술했던 부분을 교묘하게 에누리 하기도 하고 책임 전가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빠짐없이 철처하게 보고를 시키면서 한두 곳 세세한 부분을 지적하면, 점점 실체가 들통 나면서 결국에는 처음과는 90도쯤 다른 보고가 된다. 머릿속에서 고무장갑을 낀 차가운 손이 슬슬 어..

한밤의 도서관 2013.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