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민들레 공책

uragawa 2013. 2. 4. 22:57

자기가 행복했던 시기는 그 당시에는 모르는 법입니다. 이렇게 과거를 돌아보고 처음으로 아아, 그때가 그랬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인생은 수많은 돌멩이를 주워 짊어지고 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계절이 지나간 뒤에, 지친 손으로 바구니를 내려놓고 지금까지 주운 돌멩이를 살펴보면 그중에서 몇 개인가 작은 보석처럼 빛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에게는 그 몇 번의 계절. 그 저택에서 보낸 계절이 그 보석이었습니다.

-창가의 기억 中

 

 

 

“사람은 자기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은 걱정하지 않는 법이야. 자기가 손에 넣었다가 잃을지도 모르는 것.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먼저 손에 넣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걱정하지. 지금 세계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명확하지 않나.”

-빨간 연 中




저는 갈피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당초에 대체 어떤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요. 당혹감과 더불어 꿈에서 깬 것 같은 기분도 몸 속 어딘가에 있었습니다. 세계의 경계. 이 세상 것이 아닌, 저의 이해를 뛰어넘는 것과의 경계가 이렇게 가까이에, 부드러운 얼굴을 하고 존재하고 있었다니.
저는 세계는 보다 극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나의 세찬 물결 같은 것이 있고, 그곳에 던져지기도 하고 뛰어들기도 하고,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람은 어느새 눈에 보이지 않는 물결 가운데 있습니다. 자기도 함께 흘러가기 때문에 물결의 속도를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자기 자신을 볼 수 없습니다. 거울을 보거나 냇가에서 몸이라도 굽히지 않는 한, 자기 자신은 '보이지 않는' 존재 입니다. 자기 자신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는 그것이 아주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은 볼 수 있지만, 자기 자신만은 절대로 볼 수 없다.

- ‘천청회’의 밤 中



 

사람의 감정은 이상합니다. 제각기 다른 곳을 향하고 있어서 서로 정면에서 마주 보지를 못합니다.

사람의 기억이란 확실치 않습니다. 그리고 진한 곳과 옅은 곳이 있습니다.
얼룩덜룩한 곳도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그 일이 어떤 순서로 일어났는지 기억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여름의 약속 中

 



여기서 나는 죽겠구나. 이런 데서. 이렇게 갑자기.
온몸이 진흙덩어리가 되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무력감과 공포와 절망으로 저의 일부분이 이미 죽어버린 것이었습니다.

-운명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