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학생 시절의 감각. 이런 시절도 있었다. 세계는 단순하고, 눈앞에는 미래가 펼쳐져 있었다. 자기는 젊고 총명하고
매력적이며, 그런 자기를 기다리는 것은 틀림없이 빛나는 미래일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이 넘치고 있었다. 그리운 어리석음.
사랑스러운 어리석음. 실제 세계는 모순과 타협, 곤란과 좌절로 가득하건만.
기묘한 기분이었다. 초조감과 긴박감은 있는데, 왜 그런지 마음은 무척 차분했다. 이 세계는 어차피 이미 종반에 접어들었다. 나는 그것을 마지막까지 지켜보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에 불과하다.
언제부터 이런 얼굴을 하게 됐을까. 마치 죽은 사람 같은 눈이다. 유리 너머에 또 하나의 세계가 있어, 그쪽에 사는 에이코는 몹시 고통스러워 보인다. 이쪽에 있는 나는 이렇게 행복하고 만족하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