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누구나 결국은 비정규직이 된다

uragawa 2019. 9. 26. 22:00

채용 측이 조건(연령이나 성별, 경력 등)을 상당히 제한적으로 좁혀놓아서 여기에 맞는 인재가 올 때까지 구인광고를 계속해서 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유효구인배율이 높은 것은 노동자에게 있어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자료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비정규직이 2,000만 명까지 늘어나고 실제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쉽게 말해 ‘정규직 사원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허들은 높고, 비정규직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정규직 사원이 못 된다’는 걸 의미한다.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인사 업무를 경험한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12시간 노동은 특히 제조업 경영자에게 있어서 매우 매력적인 제도라고 한다. 8시간을 1.5배 늘려 노동자에게 일을 시키면 인원은 그대로지만 결과물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익률이 순식간에 좋아지는 한편 사람이 실제로 불지는 않았으니 인사 · 노동자관리 · 복리후생에서 오는 부담은 그대로다. 시간표 조정도 교대가 하루에 한 번만 생겨서 관리하기도 쉽다. 3교대라면 시간 조정이 번거롭고 불가피하게 뜨는 시간이 생기지만, 2교대라면 심플하고 낭비도 적다. 긴 시간 동안 사람에게 일을 시켜온 전문가가 실토한 여러 이점이 시사하는 바는 무시무시하다.
즉 일반적으로 경영자라면 누구나 가능한 한 노동자에게 12시간 노동을 시키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정규직 사원의 장시간 노동이 줄지 않는 이유는 명백하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비정규직의 근무시간을 최소 8시간 보장하는 것이다. 최저시급은 생계유지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일당 최저 8,000엔, 이런 식으로 못을 박아야만 한다.



‘설마 그럴 리가…… 평범한 경영자가 순진무구한 청년들을 속여먹자라는 생각을 떠올리는 게 말도 안 돼’라고 생각했다면, 설마가 정말 사람 잡는다. 비정규직 처우에 관해서 노동당국이 움직이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경영자는 완전히 제 세상이다. 과거 10여 년 동안 사건으로 발전한 일은 단 1건이 전부다. 입시 학원이 학생 강사의 임금을 장기간 지불하지 않은 데다가 돈까지 몇십만 엔 빌리고 갚지 않은 악질적인 사건만이 고소가 가능했다.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비정규직 안건의 대책이란 거의 대부분이 그저 눈물을 꾹 참고 울다 잠들며 포기하기 일쑤다.



“정규직 사원의 지위에 끝까지 매달릴 것. 직장에서 냉대나 퇴직 권유, 괴롭힘을 당해 정신적으로 부담을 안는다 할지라도 8시간만 참으면 끝난다. 비정규직이 되면 매일 24시간 괴로워서 비교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어떤 경우든 위기는 갑자기 찾아오니, 누구든 당황해서 안절부절 주춤거리기 쉽다. 평상시부터 병에 대한 정보나 병원, 금융, 보험, 행정 서비스, 법률 등 사회정보에 관심을 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NHK <클로즈업 현대+>에 의하면 편의점 점장을 365일 거의 쉬는 날 없이 일하고, 주 3회 밤샘 야근을 하는데도 연봉이 290만엔이다. 가게 수입은 연간 4,000만 엔이지만 본부에 로열티로 1,800만 엔, 아르바이트 인건비로 1,000만 엔, 식품 폐기처리 손해분으로 무려 700만 엔이나 나간다고 한다. 여행이 1박 이상으로 걸리는 곳은 가본 적도 없다. 영업부진으로 계약이 끊겨 폐업하는 가게가 전체 약 30% 이상이다.



필자는 다수의 인재기업으로부터 “내일부터 바로 근무를 해보시지 않겠습니까?” 하고 몇 번이고 권유를 받았다. 조건을 더 자세히 들어보니 매일매일 밤늦게까지 야근을 해야하고, 직원 한 명과 단둘이서 노인 30명의 시중을 들어야 한다고 한다. 노동자 파견제도의 취지는 본래 수준 높은 전문기술자를 필요에 따라 단기파견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초보자 환영’, ‘장기 고정근무’라니, 제도를 창설할 때 품은 근본적인 목적에서 벗어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자격을 딴 사람에게 상당히 실례를 저지르는 짓이 된다.



어느 신문에서 여고생이 교육투자를 받지 않고 고졸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와 대학에 진학해 취업한 경우, 생애임금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비교했다. 그러자 65세 단계에서 1억 5,000만 엔이나 차이가 났다. 고졸로 끝나는 경우 그녀들의 아이도 부모가 가난하니까 역시 교육투자를 받지 못했다 .가난의 대물림이다.
초중학생 가운데 과일 껍질을 벗길 줄 모르는 아이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 아이들 집에서는 과일을 사 먹는 일이 거의 없다. 일본의 어린아이 6명 가운데 1명은 빈곤 상태라는 발표가 난 지 오래다.



고령자에게는 큰돈이 움직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소비 의욕도 적고 얼마 안 있어 입원하거나 죽을지도 모른다. 이직 지도나기업 쪽에서 채용하도록 주선하는 일은 가능할지라도, 기업 쪽에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만큼 들여야 할 수고가 청년에 비해 몇 배나 든다. 노력해도 보상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고령자는 인재기업에게 있어서 밭(노동시장)에 난 잡초다. 방해만 되니까 베어다 밖에다 버린다.



비정규직은 신고가 들어오지 않으면 대응에 나서지 않는다. 전화상담에 응하는 노동상담원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노동사건은 정규직 쪽이 심각합니다. 정규직 사원은 길게 근무할 생각으로 취직했으니까, 회사의 노동조건이 나쁘더라도 억지로 일하고 맙니다. 과로사를 당하거나 자살하는 사람이 정규직인 것은 아시잖아요. 여기에 비해 비정규직은 전제가 단기간 노동입니다. 처음부터 그만두고 다른 데로 옮길 생각이니까,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바로 그만두면 되잖아요. 그러니까 비정규직 노동사건은 아무래도 순서가 밀립니다. 정규직 사원 대응하는 데만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르니까, 결국 비정규직 안건은 항상 밀리기만 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