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이상한 심리인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재혼한다면 또 몰라. 그런데 아버지의 재혼 하면 괜히 오기가 나는 거 있지.” - 3 늘 들어주는 역할이다. 中 나는 포트에 고인 커피를 나란히 놓인 컵에 따른다. 하나하나 천천히 따르는데, 어젯밤 침대에 누워 읽은 페소아의 시 한 구절이 떠올랐다. 제일 먼저 읽기 시작한 『포르투갈의 바다』 속에 있는 구절로, 그 시가 어떤 제목에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그 한 구절만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우리는 어떤 일이든 상상할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커피를 따르다 말고, 실제로 소리내어 읊어보았다.그러자 신기하게도 그 앞뒤의 문장이 저절로 따라나왔다. 과연 무엇이 변했을까. 우리는 어떤 일이든 상상할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