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7월 24일 거리

uragawa 2010. 10. 25. 10:33

“좀 이상한 심리인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재혼한다면 또 몰라. 
그런데 아버지의 재혼 하면 괜히 오기가 나는 거 있지.”
- 3 늘 들어주는 역할이다. 中




나는 포트에 고인 커피를 나란히 놓인 컵에 따른다. 하나하나 천천히 따르는데, 어젯밤 침대에 누워 읽은 페소아의 시 한 구절이 떠올랐다. 제일 먼저 읽기 시작한 『포르투갈의 바다』 속에 있는 구절로, 그 시가 어떤 제목에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그 한 구절만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우리는 어떤 일이든 상상할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커피를 따르다 말고, 실제로 소리내어 읊어보았다.그러자 신기하게도 그 앞뒤의 문장이 저절로 따라나왔다.



과연 무엇이 변했을까.

우리는 어떤 일이든 상상할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나는 심신이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상상하고 싶지 않다.......


기묘한 체험이었다. 외우려고 한 것도 아닌데, 딱 한번 눈으로 읽었던 문장이 마치 들러붙듯 내 머리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나는 왠지 모르게 겁이 나서, 서둘러 따르던 커피를 마저 따랐다.
- 7 때론 순정만화를 읽는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