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감이라고 하는 말 알아?” 카렌은 혼혈답게 또렷한 쌍꺼풀이 있는 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건 어떤 사람과 눈이 마주치거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바로 솟구치는 감성같은 건데…….” “왜 검은 옷을 입은 여자만 대상으로 삼은 거지?”“그건 내 망상 때문이야. 난 어렸을 때부터 계속해서 검은 옷을 입은 여성을 지배하는 꿈을 꿔왔어. 검정은 악마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내겐 숲을 연상시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군. 그렇지만 이 세상에 진짜 검정색은 존재하지 않아. 검정색을 본 순간, 그 색은 아무리 조금이라고는 해도 빛을 반사하고 있는 셈이지. 하지만 검정에 빨간색을 칠해 넣으면 검정색은 질량이 늘어나지. 알고 있나? 염색을 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야. 난 그걸 실현해보고 싶었어. 그 여자들의 피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