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소설 2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

"나처럼 나이들어 몸은 망가졌지만 정신은 멀쩡한 인간이 되면 말이지." 그가 말했다. "그렇게 되면 혼자일 때 고통을 덜 느껴. 다른 노인네들을 보고 있으면 병들고 망가진 자기 모습이 떠오르니까." 책 읽기는 신성한 것이다. 나는 이를 악물고 꾹 참는다. 그러면 매번 효과를 보는데, 소리 내어 책을 읽는 동안 나를 옭아매고 있던 모든 매듭들이 조금씩 조금씩 풀린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 폭군이 나에게 가하는 그 모든 모욕들이 하나하나 지워진다. 낭독이 끝날 때쯤이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화가 모두 사라진다. 예를 들어 네가 서점을 운영한다고 치자. 너는 다른 누구보다 먼저 신간을 읽지. 그런데 남들보다 먼저 읽고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결정하는 건 시건방진 짓이야. 책은 우..

한밤의 도서관 2020.04.13

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

10월의 어느 아름다운 날, 나는 눈을 뜬다. 안다, 이 일요일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고독하리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일요일 저녁의 우울’이라고 하는 건 주말이 벌써 끝나는 것이 슬퍼서다. 한 배에서 나온 병아리들마냥 따뜻하게 붙어있고 싶은 거다. 그치지 않는 웃음소리, 가족 나들이, 이불 속에서의 애무, 친구들과의 술자리, 그래도 아직 성에 차지 않은 거다. 그런데 나는 어서 월요일이 되길 기다린다. 빨리 침묵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다. 내가 ‘간접적’이라고 하는 건 로라가 나에게는 어쩐지 말을 아끼려고 하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가 그녀의 상사라서가 아니다. 그녀는 그런 거에 얽매이는 타입이 아니니까. 오히려 나를 배려해주는 거라고 보는 게 맞다. 내가 남편도 자식도 애인도 없이 혼자 산다는 걸 알..

한밤의 도서관 2019.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