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

uragawa 2019. 2. 10. 22:17

10월의 어느 아름다운 날, 나는 눈을 뜬다. 안다, 이 일요일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고독하리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일요일 저녁의 우울’이라고 하는 건 주말이 벌써 끝나는 것이 슬퍼서다. 한 배에서 나온 병아리들마냥 따뜻하게 붙어있고 싶은 거다. 그치지 않는 웃음소리, 가족 나들이, 이불 속에서의 애무, 친구들과의 술자리, 그래도 아직 성에 차지 않은 거다. 그런데 나는 어서 월요일이 되길 기다린다. 빨리 침묵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다.



내가 ‘간접적’이라고 하는 건 로라가 나에게는 어쩐지 말을 아끼려고 하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가 그녀의 상사라서가 아니다. 그녀는 그런 거에 얽매이는 타입이 아니니까. 오히려 나를 배려해주는 거라고 보는 게 맞다. 내가 남편도 자식도 애인도 없이 혼자 산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녀는 내가 사적인 통화를 하는 적도, 꽃다발을 받은 적도, 서프라이즈 점심을 먹자고 나를 ‘납치하러’ 오는 남자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내가 생일 선물로 뭘 받았다고 떠들고 다니는 적도, 낄낄거리며 통화하려고 사무실에 틀어박히는 적도, 마치 외박한 것처럼 다음 날 같은 옷을 입고 출근한 적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어쩌다 잠 못 드는 밤들은 그저 내가 진드기에게 보너스를 줄 뿐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녀는 나에 대해 알아야 할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특별히 관심을 가질 만한 게 내겐 전혀 없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다.



내 심각한 애정 결핍은 어떤 비타민이나 영양제로도 회복되지 않을 거다. 약간의 다정함에 감지덕지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독신이라는 건 단순히 혼자 살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일어나는 것만은 아이에요. 스킨십을 받지도, 애무를 받지도,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기도 해요. 그건 힘들어요. 육체적, 정신적으로 결핍을 느끼죠. 그 미용사 룰루의 따뜻한 손길에 내 감각들이 깨어났는데 그게 부끄러웠어요. 미용사는 그저 친절을 표한 것 뿐이라서 부끄러웠어요.”



자명종 소리에 잠을 깬다. 나는 벨소리를 끄고 따뜻한 이불 속에서 기분 좋게 몸을 웅크린다. 유리창을 떄리는 빗소리가 들린다. 일어나고 싶지 않다. 꼼짝도 하기 싫다. 이렇게 웅크리고 있는 게 좋다. 오늘 아침은 이대로 그냥 더 자고 싶다. 사무실에 나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게으름을 피운다. 내가 희생한 모든 행복한 순간을 생각한다.



모든 것은 마음가짐과 베짱의 문제다.



나는 거의 혼자 살아왔다. 그런데 오늘 저녁, 혼자 죽고 싶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나도 누군가 내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길 바란다. 지하철역 플랫폼이나 따뜻한 욕조 안이나 홀로 죽는 건 마찬가지다. 비참하고 고독한 건 마찬가지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고독은 못나고 더럽고 슬프고 지독한 냄새가 나서 아무도 보고 싶어하지 않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