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

uragawa 2020. 4. 13. 22:30

"나처럼 나이들어 몸은 망가졌지만 정신은 멀쩡한 인간이 되면 말이지." 그가 말했다. "그렇게 되면 혼자일 때 고통을 덜 느껴. 다른 노인네들을 보고 있으면 병들고 망가진 자기 모습이 떠오르니까."



책 읽기는 신성한 것이다. 나는 이를 악물고 꾹 참는다. 그러면 매번 효과를 보는데, 소리 내어 책을 읽는 동안 나를 옭아매고 있던 모든 매듭들이 조금씩 조금씩 풀린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 폭군이 나에게 가하는 그 모든 모욕들이 하나하나 지워진다. 낭독이 끝날 때쯤이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화가 모두 사라진다. 



예를 들어 네가 서점을 운영한다고 치자. 너는 다른 누구보다 먼저 신간을 읽지. 그런데 남들보다 먼저 읽고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결정하는 건 시건방진 짓이야.



책은 우리를 타자에게로 인도하는 길이란다. 그리고 나 자신보다 더 나와 가까운 타자는 없기 때문에, 나 자신과 만나기 위해 책을 읽는 거야. 그러니까 책을 읽는다는 건 하나의 타자인 자기 자신을 향해 가는 행위와도 같은 거지. 설령 그저 심심해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책을 읽는다 해도 마찬가지야.



나는 눈앞의 지리적 현상에 크나큰 감동을 느낀다. 공자의 말을 인용하는 피키에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들은 것은 잊어버리고, 본 것은 기억하지만, 직접 해본 것은 이해한다."





더보기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
Grégoire et le vieux libraire(2019)



[트위터책빙고 2020]
9. 독서 모임, 북클럽을 다룬 책



그레구아르가 할아버지와 친해지는 설정 자체부터가
너무나 소설 같지만 ㅋㅋ (챕터 내내 계속 오글거림...)
그레구아르가 첫 번째 일터보다 요양원에서 일을 성실하게 일하고
할아버지와 친해지는 모습은
사람의 애정이 그리운 아이라서 그런 것 같았다.



+
신입이라고 최저 임금보다 적게 주려는 것
어디나 다 똑같구만.
외국에서는 전문직인 노동자였더라도
 급여는 절대 많이 주지 않는 것도 그렇고...
(일을 많이 시키면 시켰지, 적게는 또 안 시킨단 말야 ㅋㅋ)



++
읽으면서 일본 영화 [메종 드 히미코]도 살짝 생각났다. ㅎㅎ
킬링 타임용으로 읽기 좋은 책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