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은 살아 있을 가치가 없다고 느끼며 죽음의 충동에 시달리는 것은 자살성 사고라 불리는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이었다. 처음에는 하소연이나 할 작정이었지만, 한번 물꼬가 트이자 수다스러운 택시기사처럼 말을 멈출 수 없었다. 아는 사람에게는 절대 말할 수 없는 속마음이었지만 두 번 볼 일 없는 사람을 상대로 구태여 자신을 꾸밀 필요는 없었다. - 제 1부 A “검시하는 중에 시신의 양손 손톱이 깔끔하게 깎여 있는 것을 발견했지. 피해자가 스스로 깎은게 아니라 죽고 나서 범인이 깎은 거다.” “손톱에서는 생활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데 어떻게 죽은 뒤에 깎은 줄 알죠?” “열 손가락의 손톱이 모두 좌우 균등하게 깎여 있었거든. 스스로 손톱을 깎으면 오른손과 왼손에 뚜렷한 차이가 난다. 오른손의 손톱은 왼손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