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킹을 찾아라

uragawa 2013. 8. 7. 10:00

자신은 살아 있을 가치가 없다고 느끼며 죽음의 충동에 시달리는 것은 자살성 사고라 불리는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이었다.



처음에는 하소연이나 할 작정이었지만, 한번 물꼬가 트이자 수다스러운 택시기사처럼 말을 멈출 수 없었다. 아는 사람에게는 절대 말할 수 없는 속마음이었지만 두 번 볼 일 없는 사람을 상대로 구태여 자신을 꾸밀 필요는 없었다.

- 제 1부 A



“검시하는 중에 시신의 양손 손톱이 깔끔하게 깎여 있는 것을 발견했지. 피해자가 스스로 깎은게 아니라 죽고 나서 범인이 깎은 거다.”

“손톱에서는 생활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데 어떻게 죽은 뒤에 깎은 줄 알죠?”

“열 손가락의 손톱이 모두 좌우 균등하게 깎여 있었거든. 스스로 손톱을 깎으면 오른손과 왼손에 뚜렷한 차이가 난다. 오른손의 손톱은 왼손으로, 왼손의 손톱은 오른손으로 깎을 수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지 않다는 건 범인이 깎았다는 증거지. 일부러 손톱을 깎은 건 목을 졸랐을 때 피해자가 할퀴었기 때문일 게다.”



“자기 목을 졸라서 죽는 방법이라 자교사自敎死라고 불러요.”

-제 2부 Q



어디서 본 듯한 내용이라는 점은 넘어가더라도, 집필 도중 플롯을 대폭 변경한 듯 후반부에서 아귀를 맞추려 애를 쓴 흔적이 있는데도 여전히 허점이 많다고 했다. 게다가 자기가 아는 지식을 하나부터 열까지 담으려 한 까닭에 전체적인 흐름이 지지부진 해서 읽는 내내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고 한다.



최악의 사태다.

간신히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한 순간 가장 먼저 깨달은 건 입안이 바싹 말랐다는 사실이었다. 입안 가득히 뜨거운 모래를 씹는 듯한 갈증이 오감을 지배해서 다른 사고와 감정은 모두 증발해  버린 것 같았다. 리사는 떨리는 손으로 냉장고를 열고 콜라를 꺼내 페트병 째 꿀꺽꿀꺽 마셨다.

-제4부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