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참기 힘들었던 것은 배고픔도, 밤이 되면 찾아오는 추위도, 목욕을 할 수 없는 불편함도 아니었다.“그럼 뭐였어요?” 아이가 물었다. “다리였어.” “다리리고요?” “눈앞을 지나가는 숱한 사람들의 무관심한 다리, 행선지가 분명한 사람들의 다리... 또박또박 견고하게 걸어가는 구둣발 소리가 마치 ‘너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어. 나는 살기위해서 발버둥치고 있는데, 그 발소리는 마치 “너는 실패자다. 네가 하는 일은 모두 무의미하다’고 끊임없이 외치는 것만 같았지.” “왜 그렇게 나를 괴롭히느냐는 얼굴이군. 내게 딱히 그런 취미는 없어. 다만 네가 좀 더 무서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이야. 너는 우리의 도시락이니까. 도시락은 도시락답게 더 더 더 공포를 느껴야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