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사시구르다르도티르 3

내 영혼을 거두어주소서

“안녕, 우리 딸. 보고 싶어.” 토라는 인사한 뒤 전화를 끊었다. 토라는 잠시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생각했다. 결혼생활은 눈 깜빡할 새에 무너져 내렸고, 그녀 스스로 그 일을 천천히 되새겨볼 시간을 갖지 않았다. 전 남편과 함께한 첫 11년은 애정전선에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 빠른 속도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리고 1년 반 뒤 토라는 한스와 이혼했다. 전 남편과 자신의 집을 오가야 하는 아이들을 보며 양심의 가책이 들었지만 이제와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설령 한스가 캐러밴 후진의 대가라고 해도 이제는 그를 받아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토라는 길피의 방으로 전화를 걸어 로비에 있는 투숙갠 전용 컴퓨터에서 유기물의 뜻을 검색해달라고 부탁했다. “조금 있다가 찾아보겠대요...

한밤의 도서관 2018.03.01

마지막 의식

토라는 거듭 고마움을 전하며 조만간 신세를 갚겠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서 ‘조만간’이란 해가 서쪽에서 뜰 때를 가리켰다. 부모의 사랑이 없는 어린시절보다 더 비참한 운명은 없으리라. 아이들은 애정 없이는 온전히 성장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때문에 아이들에게 애정을 박탈당한다는 것은 범죄나 다름 없다. [부스러기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바로 [마지막 의식] 읽음. 하이고 복수 한번 되게 힘들게 한다잉... 읽다 보면 결말이 보이는데, 아이슬란드 마녀사냥 공부하면서 ㅋㅋ 따라가게 됨. 아 등장인물 이름 되게 어려움. + 이게 토라 변호사 첫 번째 시리즈였음. 그래서 왜 벨라를 비서로 고용 했는지, 매튜랑 어떻게 만난건지, 길피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이야기 짜임새가 진짜 탄탄하다. 두 번째 시리즈도 읽어봐야지!

한밤의 도서관 2017.10.09

부스러기들

토라가 요리보다 귀찮게 여기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 주제에 있어서 그녀는 지난 몇 년 사이 부쩍 음식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대부분의 친구 부부들과 성향이 갈렸다. 심지어 한 친구는 토라와 토라의 남자친구 매튜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요리교실 수강증을 끊어주고는 본인의 결정에 아주 만족스러워 했다. 토라와 매튜는 ‘중동의 마법’이라는 이름의 요리교실에 의무감으로 참석했지만, 강사는 두 사람에게 요리의 즐거움이라는 마법까지 전파해주지는 못했다. 토라는 어째서 지금까지 아름답고 젊은 여자와 돈 한 푼 없는 늙은 남자가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지 신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토라와 무슨 상관이겠는가? 사람들은 자기와 다른 것에 끌리기 마련이고, 의도가 무..

한밤의 도서관 2017.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