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
‘슬퍼서 운 건지, 아니면 슬픈 일로부터 해방되어 운 건지, 어느 쪽이 됐든 아직 깨고 싶지 않았는데’라고, 멍하니 생각했다. 그때 전화선 이쪽과 저쪽, 쇼지가 있던 공간과 내가 있던 장소 사이의 거리, 천국과 지옥보다 더 멀고 복잡한, 아무리 좋아해도 결코 전해지지 않았던 것, 전하려 하지도 않았고, 전할 재주도 없었고, 수신 능력이 없어, 알 길 조차 없었던 것.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시시하다. 그리고 조금은 쓸쓸하다. 뒤로 멀어져 가는 하얀 가로수 길과 저무는 하늘 아래서, 그녀가 하는 말을 정말 잘 이해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난, 그 기분 알 것 같아. 난 말이지, 사물을 보는 방식이 상당히 근시안적이거든. 그냥 내버려두면, 평생 여기에 살면서 매일 똑같은 나날을 보내고..
한밤의도서관
2013. 2. 6. 2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