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N.P

uragawa 2013. 2. 6. 23:44




‘슬퍼서 운 건지, 아니면 슬픈 일로부터 해방되어 운 건지, 어느 쪽이 됐든 아직 깨고 싶지 않았는데’라고, 멍하니 생각했다.

 


 

그때 전화선 이쪽과 저쪽, 쇼지가 있던 공간과 내가 있던 장소 사이의 거리, 천국과 지옥보다 더 멀고 복잡한, 아무리 좋아해도 결코 전해지지 않았던 것, 전하려 하지도 않았고, 전할 재주도 없었고, 수신 능력이 없어, 알 길 조차 없었던 것.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시시하다. 그리고 조금은 쓸쓸하다. 뒤로 멀어져 가는 하얀 가로수 길과 저무는 하늘 아래서, 그녀가 하는 말을 정말 잘 이해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난, 그 기분 알 것 같아. 난 말이지, 사물을 보는 방식이 상당히 근시안적이거든. 그냥 내버려두면, 평생 여기에 살면서 매일 똑같은 나날을 보내고 매사에 똑같은 감상을 지니고 살 거란 생각이 들어. 등장인물이 조금밖에 없어도 상관없고, 뭔가가 모자라는 모양이야. 세상의 불행에 대한 관심이니, 모험심이니, 타인에 대한 호기심이니 하는 것들이 말이야. 그래서인지 남의 일 같지가 않아.”

 

 


이따금 상태가 안 좋을 때에 생각한다. 만약 부모가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만약 독신생활이 이렇게 장기화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그때에 언어에 눈뜨지 않았더라면, 쇼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런 얽힘이 없었더라면, 나는 본래의 나였을까? 자유로운?

 

 

 

아버지와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였던 여자는, 다시 다른 남자와 도망치고 말았다. 세상에는 그런 류의 사람들이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몇 번이고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 한해 표정이 환하지 않은 것은 또 왜일까? 그렇듯 용감한 주제에, 뒷골목에 사는 사람처럼 얼굴에 회한의 표정을 새기고 있다. 아버지가 그렇다. 아버지의 여자도 그랬다.

 

 

 

“요즘 어때?”

내가 물었다.

“안 좋아.”

라고 말하며 그가 내 손을 꼭 잡았다.

“아파.”

“이만큼 안 좋아.”

“어린애 같긴.”

 

 

재능이란 얼굴이나 결점이라는 이름으로 그 실상을 드러내는 경우마저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깊이 뿌리를 내리고, 피와 함께 그 사람의 온몸을 돌며, 그 사람을 그 사람답게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