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인(예를 들면 칸트적인) 의미에서나 혹은 경험론적·진화론적 의미에서 볼 때 판단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능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동물의 경우 아니 인간의 경우라도 ‘추상적 경향’없이 살수는 있지만 판단 능력이 없다면 당장 사멸하고 말 것이다. 만약 기억의 대부분을 잃어버린다면, 그래서 자신의 과거를 잃어버리고 현재 자신이 의지할 곳을 잃어버린다면, 과연 그 사람에게는 어떤 삶(만약 그런게 있다면), 어떤 세계, 어떤 자아가 남게 될 것인가? “그는 순간 속의 존재이다. 말하자면 망각이나 공백이라는 우물에 갇혀서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것이다. 그에게 과거가 없다면 미래 또한 없다. 끊임없이 변동할 뿐 아무 의미도 없는 순간순간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 우리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감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