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uragawa 2017. 10. 14. 18:50

철학적인(예를 들면 칸트적인) 의미에서나 혹은 경험론적·진화론적 의미에서 볼 때 판단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능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동물의 경우 아니 인간의 경우라도 ‘추상적 경향’없이 살수는 있지만 판단 능력이 없다면 당장 사멸하고 말 것이다.



만약 기억의 대부분을 잃어버린다면, 그래서 자신의 과거를 잃어버리고 현재 자신이 의지할 곳을 잃어버린다면, 과연 그 사람에게는 어떤 삶(만약 그런게 있다면), 어떤 세계, 어떤 자아가 남게 될 것인가?



“그는 순간 속의 존재이다. 말하자면 망각이나 공백이라는 우물에 갇혀서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것이다. 그에게 과거가 없다면 미래 또한 없다. 끊임없이 변동할 뿐 아무 의미도 없는 순간순간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



우리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감각 혹은 지각의 연속에 불과한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정상적인 인간에게는 적용될 수 없는 말이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자기 자신의 지각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저 계속 변화하기만 하는 감각의 집합체가 아니라 지속적인 개체 혹은 자아에 의해 통일을 유지하는 확고한 존재이다.



우리는 완벽하게 자유롭지 못하며 무언가에 의해 규제된다. 그러나 우리는 신경기능과 신경계의 변화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복잡한, 인간적이고 윤리적인 사고에 의해 결정되는 존재라고 여긴다.



그들의 마음은 설령 ‘지능상의 결함’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 이외의 정신적인 면에서는 흥미롭고 완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이다. 우리는 지적장애인이 가진 마음의 ‘질’을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