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뿐이다. 삶이 나와는 관계없이 흘러간다는 사실을 태연히 견뎌야 한다. 혼자 밤을 걸으며, 결국 나는 하나의 생각에 도달한다. 속상하지만 하는 수 없다.
‘나 지금 뭐하고 있지..?’
요즘은 맨날 그 생각이다. 친구들은 다 제자리 찾아가는데.
밤이다. 자려고 누웠는데 밀물처럼 걱정이 밀려온다.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밀려오는 걱정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예전엔 사랑에 빠져 있었는데 이제는 사랑이 빠져 있다.
행복에 집중하지 않으니 행복하다.
창문 틈에 부는 서늘한 바람에 잠이 깼지. 바람결에, 솨아아, 하고 나뭇잎들이 흔들리는데 잠결에 들으니까 꼭 파도 소리 같았어. 적요한 해변에 속상이듯 밀려오는 그런 파도. 벌써 가을이 온 걸까. 이런 밤 누군가 내 곁에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잠들기 아까울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