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첫 문장이 가장 중요하다. 어쩌면 마지막 문장은 별개일 수도 있겠다. 복도를 걸을 때 등 뒤에서 닫히는 문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처럼 소설을 덮었을 때 독자의 마음에 여운을 남길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때는 소설을 다 읽었기 때문에 뭔가를 해보기에는 너무 늦은 셈이다. 오래전부터 나는 서점에서 새로운 책을 집어들 때마다 책장을 급히 넘겨 마지막 페이지의 마지막 문장을 읽기 위해 안달하곤 했다.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야만 했다. 선물 포장을 급히 벗기거나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도 손가락 틈으로 공포영화를 끝까지 보는 것 같은 어린애 같은 충동이었을지도 모른다. 보고 싶지도 않고 보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도 사람은 자신을 두렵게 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