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코는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제안했다. 불만은 없다. 수입에 대해서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라, 라는 아내의 말을 빌미로, 쌓이는 부채감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깊은 내면에는 고마움을 감싼 엷은 질투심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한번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든 내면의 모래언덕이다. 갇힌 세계에서 가끔 아무 이유 없이 뛰쳐나가고 싶어진다. 나쁜 버릇이란 건 안다. 애써 얻어 소중히 품어온 것을 무작정 버리고 싶어질 때가 있다. 대외적인 얼굴과 내면에 지닌 모습에 괴리감이 있는 남자였다. ‘괴리’라는 말을 레이코는 속으로 되뇌어본다.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하느냐고 스스로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곁에 잠들어있는 남편을 생각한다. 모든 일에 대해 내가 선택하고 책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