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니까요.” 그녀가 되풀이했다. “들었소” 그는 애정 어린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적어도 빈정거릴 의도는 없었군. 다만 할 말이 마땅치 않아서 대꾸를 안 한 것뿐이었어. 하지만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안 한다면 인류는 머지않아 언어 사용 능력을 잃지 않겠는가. 키티는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는 건 그에게 지루한 일이었다. 그리고 부끄럽고 불편했다. 게다가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도 막막했다. 그는 독서를 좋아했지만 그가 읽는 책들은 키티에게 매우 따분하게 보였다. 마지막 선을 넘고 나서, 그녀는 자신이 예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과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느낄 만한 환상적인 변화는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