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하면 그 서약 문구를 만들어낸 사람은 그리 섬세한 타입은 아니다 싶다.목사가 남편에게 나를 아내로 받아들이겠느냐고,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애정과 경의로써 아내를 대하겠느냐고 물었을 때도 나는 남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심하게 긴장한 상태였을뿐더러, 무엇보다도 다음은 목사의 물음에 내가 답할 차례라는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꽉 차 그의 얼굴을 올려다 볼 여유가 없었다.목사는 우리에게 형식에 따라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표현으로 영원을 맹세케 했는데, 이 ‘죽음’이란 대체 누구의 죽음을 의미하는가? 지금까지 자기가 얼마만큼 인생을 요령 있게 살아왔는지 미미 로이는 멍하니 생각해 보았다. 스기히코 부인은 노부의 표정에 단순한 의례적인 사양과는 다른 미묘한 주저가 어린 것을..